김경숙 기획자(ART89)
김경숙 기획자(ART89)

힘들고 지칠 때 위안이 되는 그림이 있다.

울긋불긋 한창이었던 잎들이 이제 퇴색하여 겨울로 향하고 있다. 김용권 관장님을 만나러 겸재정선미술관을 방문하였다. 내게 그림으로 업(業)이 되게 계기를 만들어 주신 분 중 한 분이시다.

서울 가양동에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은 겸재 정선이 양천현감으로 부임하여 <양천팔경첩>을 그렸던 조선시대 양천현아지 인근에 위치해 있다.

겸재 정선은 우리나라 산천을 소재로 그린 ‘진경산수화’를 남겼다. 독창적인 화풍으로 한국 회화사에 큰 발전을 이루게 했다. 주요 작품으로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가 있다.

전통에서 오는 소리-Energy 김용권 作

김용권 관장님은 지난 시간 교수로 관장으로 지내왔다. 오늘은 작가로 만나 보기로 한다.

처음 만났던 그때, 작가 그림에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의 그림 속에는 우리의 주변, 산천에 내재된 기운(氣運)이 있었다. 기운은 에너지(Energy)이다. 시간을 거슬러 숨겨진 백제, 신라의 그곳… 최면술처럼 자연, 깊은 영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림의 형상은 단순하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신비로움이 있다. 왜 일까?

김용권 作 ‘전통에서 오는 소리-Energy’

‘자연율, 우연성 그것은 오히려 설득력을 더해 준다. 즉 자연을, 우연성에 의한 작업은 그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강렬한 느낌과 무한 상상력, 영적인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다시 말해 사물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보다는 흔들어 놓고 숨겨 놓은 것에서 더 깊은 사색의 가능성이 있다. 이에 나는 자연을, 우연성이 보다 쉽게 드러날 수 있도록 무의식의 직감, 행위에 의존한 동시에 그 작동이 쉽도록 깎아 내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구체적으로, 나의 작업은 캔버스 위에 다양한 선과 별별색을 의식적으로 공들여 긋고 칠한다. 이어 그 위에 금분, 은분, 돌가루 등의 캔버스에 혼합 재료를 두텁게 발라 말린 후,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형태, 선, 색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거침없이 깎아 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어느 순간 분위기가 괜찮거나 진리의 실마리가 드러났다고 생각되면 끝내는 방식이다.’ - 김용권

전통에서 오는 소리-門, 그 門이 열리다

2019년 11월 리옹 프랑스에서 ‘팔래스 디 봉디’ 전시를 끝내고 귀국하였다. 그림의 조형방식은 변화되었지만, 이전 작업의 연장된 주제 <전통에서 오는 소리 - 門, 그 門이 열리다>이다. 그림에는 문(門)을 경계로 한 하늘과 땅의 이미지 ‘천생지성(天生地成)’ 즉 하늘은 생명을 낳고 땅은 하늘의 뜻을 받아 창조의 꿈을 완성하는 이치를 담았다.

작가의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관심과 세계는, 대학 박물관 학예연구실 연구원 시절 땅 속 깊이 묻혔던 유물을 만났을 때의 감격에서 시작된다. 199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24회 개인전을 하였다. 교수로 관장으로 그리고 작가로 바쁜 일상 속에 붓을 놓지 않았던 작가는, 가변적이고 불확정적인 삶 속에 미술이 지닌 가치와 창조성에 대한 믿음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맹세하였다 한다. 전시는 그에게 있어 또 다른 세계로 이끄는 희망이자 선물이다.

예전에 작가가 흥이 나면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서 가사를 붙여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감흥 받은 그림도 소리로 묘사하였는데, 시각화한 것들을 직접 음표로 바꾸어 노랫말을 붙여 놓았다.

아직도 가슴이 뜨겁다면, 작가의 이 소리(노래)에 귀 기울여 보자.

어디에서 왔는지 몰라
어디에서 왔는지 몰라 어디로 가는지 몰라
여기 왜 서 있는지 몰라 어디쯤 와 있는지 몰라

그러나 달려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그러나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해

가슴이 뜨겁다면 밤마다 꿈을 꿀 수 있다면 달려가야 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몰라 몰라도
여기 왜 서 있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 몰라 몰라도
가슴이 뜨겁다면 밤마다 꿈을 꿀 수 있다면 달려가야 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야 해 (후렴)

가슴이 뜨겁다면 밤마다 꿈을 꿀 수 있다면 달려가야 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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