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 제6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소설 은상

김영욱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그림책 연구자겸 아동청소년문학 번역가 및 작가로 활동 중
1회 직지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2018)
금샘문학상 시 부문 당선(2018)
중봉조헌문학상 대상(2019)
독도문예대전 문학부 대상(2019) 
월명문학상 당선(2019)

복화술로 노래를 부르는 소녀를 보았습니다. 그 소녀는 늘 인형과 함께 있었지요. 그런 인형이 제게는 영락없이 소녀의 분신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하나이면서 둘, 아니 둘이면서 하나인 관계가 제 머릿속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나 봅니다. 다만 소설로 엮을 것을 염두에 둔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시에 들려 있던 몇 번의 계절을 드나드는 동안, 두 갈래의 목소리로 노래 부른다는 드넓은 몽골 지역의 유목민의 ‘허미’와 복화술을 연결 지으며, 시작(詩作)야말로 숨어 있는 목소리를 귀 기울여 받아 적는 행위라 생각해왔습니다.

오래된 주인들이 늙어진 동네를 매일 걸어 다니면서 헌옷수거함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세워놓은 관을 떠올렸습니다. 옷소매라도 삐쭉 튀어나와 있을 때는 심지어 누군가 제게 할 말이 있어 손을 내민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없이 쓸쓸하고 끝없이 작아지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지나친 상상력은 무섭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소설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그저 저 복화술 소녀처럼 저도 가끔은 제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할 말이 있다며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을 뿐입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조차 정작 쓰는 사람도 모르고, 그냥 술술 써지는 글이 있다니!

그러므로 이 글은 지성을 요구하는 근대적 문학 규범에 맞는 소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꽤 오랫동안 환상문학에 빠져 지낸 적은 있었지만, 그 작법까지는 알 수 없었던 저에게 어느 가을날 날아든 당선 소식에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과연 복화술로 써진 이 작품이 소설이었을까? 아직도 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십 년 넘게 동화라고 끄적거린 작품을 동화답지 않다고 말씀해주신 지인 분들의 진심어린 충고를 뒷등으로 들어 넘겼던 경솔함이 죄송해질 뿐입니다. 부족한 제 글을 긍정적으로 심사를 해주신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제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겠습니다. 그리고 나직이 또 불러보는 ‘엄마’, 고마워요. 믿고 기다려주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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