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의 뒷유리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 ‘BABY IN CAR’, ‘BABY ON BOARD’라는 스티커를 붙여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안전 운전을 바란다는 뜻과 함께 사고가 났을 때 아이부터 먼저 구조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스티커를 보면서 내심 “그래, 네 아이가 타고 있는데 어쩌라고”하는 반감이 들 때도 있다. 최근에는 좀 더 명시적으로 ‘위급한 상황 시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여 RH+A형’ 같은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볼 수 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보다 훨씬 실제적인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이 스티커를 보면서는 반감을 좀 내려 놓게 됐다.

지난해 초 뉴질랜드에서는 한 노인 지원단체가 ‘노인이 타고 있어요’라는 차량스티커를 팔아 논란이 됐다. ‘이플레이츠(E-Plates)’로 불리는 이 스티커는 오클랜드에서 처음 판매되기 시작했다. 노인을 상대로 한 보복운전이나 운전자 폭행 등 도로 위 난폭행위 예방을 위해서였다. 누가 운전하는 지 알면 도로 위 난폭행위 범죄 발생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단체는 이 스티커가 ‘아이가 타고 있어요’ 등 안전운전을 촉구하는 다른 일반 스티커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스티커가 판매되자 다른 노인 단체 그레이 파워가 이 문구는 ‘노인차별’이란 트집이었다. 하지만 뉴질랜드 지역 노년층이 이 스티커에 긍정적 반응이어서 계속 판매됐다. 뉴질랜드 보험 중개인협회도 노인 운전자들이 오히려 18~25살 청년 운전자 층보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안전 운전자라며 스티커 부착에 힘을 실어줬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령 운전자에게 면허증을 반납하라고 종용할 것이 아니라 ‘위급한 상황 땐 노인부터 남 70살 AB형’과 같은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중교통 이용 불편 때문에 94.8%가 면허 반납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한마디로 운전면허 반납제는 실효성이 없다. 65살 이상 인구가 20%나 되는 경북도부터 평생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뼈 빠지게 헌신한 노인들에 대한 존경하는 뜻을 담아 ‘노인이 타고 있어요’ 스티커 부착 운동을 전개하면 어떨까. 소포클레스는 ‘노인은 두 번째의 아이다’라고 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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