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율하동 율하체육공원 내 박주영축구장에 설치된 육상트랙이 철거 위기에 빠졌다. 해당 육상 트랙은 세계적인 단거리 슈퍼스타이자 100미터 세계기록 보유자 우사인볼트가 지난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연습해 관심을 끌었었다.
“육상도시라는 말만 할 뿐이고 이용만 당했다”

대구시육상연맹 관계자는 대구 동구 율하동 율하체육공원 내 박주영축구장에 설치된 육상 트랙이 철거될 위기에 빠지자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육상이 모든 스포츠의 기초임에도 불구하고 비인기 종목의 설움에 빠지는 것은 물론 있는 트랙 마저 빼앗길 위기라고 하소연했다.

육상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가 지난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연습하는 등 의미가 깊은 박주영축구장 내 육상 트랙이 사라질 위기에 빠졌다.

대구시 동구청은 율하체육공원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박주영축구장에 설치된 육상트랙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축구장 1면 신설, 테니스장 인조잔디 교체 등 9억 원의 예산이 산정됐으며 국비 2억 7000만 원, 시비 3억 원, 구비가 3억 3000만 원이 투입된다.

결론적으로 육상트랙을 철거하는 대신 축구장을 1면 늘리겠다는 구상으로 지난 8월 시에 사업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동구청은 축구인들의 요청이 있었고 동구에 제대로 된 축구장이 많지 않은 점을 축구장 증설 이유로 꼽았다.

또한 육상트랙보다 축구장을 이용하는 주민이 많으며 잔디 광장이 있어 운동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트랙을 설치 한 뒤 10년이 넘어 보수를 해야 할 상황에서 엘리트 선수를 제외하고는 활용도가 떨어져 육상트랙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대구스타디움과 스타디움 보조경기장 등 육상 관련 대체 시설이 있다”며 “10여 년 동안 대회가 열리지 않은 것도 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세계적인 대회가 열릴 경우 다시 육상 트랙으로 바꿀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정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구청의 결정에 육상인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동구청장 면담을 진행했으며 21일 동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시와 동구청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들어 집회는 잠정 보류하기로 뜻을 모았다. 집회는 연기됐지만 육상연맹은 트랙 철거 계획 자체에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대구시민운동장이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탈바꿈하면서 경기장을 하나 잃었는데 또다시 경기장이 사라질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변경될 때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4년 세계마스터즈 육상대회 유치에 나선 마당에 경기장이 사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세계 육상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대회인 만큼 최소 3개의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주영축구장에서 육상 대회가 열리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평소 육상 트랙 자체가 개방되지 않아 선수들이 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맞섰다.

대구스타디움과 스타디움 보조경기장도 대구FC와 장애인 육상 선수들이 이용하는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스포츠의 기초이며 기본인 육상을 무시하면서 육상 도시라고 선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육상세계선수권대회 유치 이후 대구를 육상의 도시라고 불렀지만 정작 육상인들이 훈련하고 경기할 곳 조차 사라지고 있다”며 “자기들 필요할 때 이용 만하고 남아있는 트랙까지 철거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동구청이 신청한 사업 계획서를 동구 주민들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지난 2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접수시켰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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