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강태공 여상은 주 무왕을 천자에 올린 사람이고, 제나라의 시조다.

후대의 관중이나 안영이 섬긴 사람들이 모두 그가 세운 제나라 왕조에서 재상을 지냈다. 서백(西伯)은 무왕의 아버지이자 주(周)나라의 기틀을 세운 문왕이다.

내건(內楗) 시작의 좋은 방법은 첫 번째, 어려움에 처한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것. 강태공은 유리옥에 갇힌 서백을 구하기 위해 재물로 폭군 주(紂)의 환심을 샀다. 문왕의 생명의 은인인 셈이다.

두 번째 단계는 상대를 위해 작은 일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강태공은 이 두 단계를 모두 갖춘 것이다. 곧은 낚시를 드리워 놓고 한없이 세월을 낚고 있었던 강태공이 아니다.

인재 등용에서 인지상정을 거슬리는 사람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서 충성을 하는 자는 진정 믿을 사람이 아니다.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제나라의 재상을 지낸 안영은 경공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우려할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토지묘의 집쥐’라고 답한다. 이유를 묻자 "토지묘는 나뭇가지로 얽어서 흙을 바른 것이라 쥐를 잡으려고 화기를 가져가면 타버려서 안 되고, 물로 숨통을 막아버리려고 해도 물에 흙이 녹아내려 할 수 없으니 그대로 두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인물을 두고 한 말이다. 또 어떤 사람이 주막을 차려 좋은 물과 곡식으로 술을 빚고 안주를 만들었는데 손님이 없어서 마을 사람에게 물었더니 주막 입구에 ‘사나운 개’가 있어 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집쥐나 무서운 개와 같은 이들이 정권 주변에 많은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귀곡자는 내건(內楗)이 안 된다면 오히려 ‘물러나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큰 도리’라고 말한다. 안 되는 일에 너무 많은 정력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서로가 마음이 통하더라도 정의롭지 않으면 세상을 혼란 속에 빠뜨리게 될 뿐이라고 한다. 자신을 둘러보고 사양하고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혼란은 틈이 작을 때 미리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작은 틈을 미리 막으면 큰 힘을 줄일 수 있다. 작은 틈 제거에 실패할 때 조직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다. 뇌졸중도 여러 번의 전조 다음에 온다고 한다. 사전에 틈을 파악하여 그 틈이 커질 가능성을 차단하라는 것이다.

조조는 원소를 대파한다. 전쟁이 끝나고 원소의 문서 창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원소와 조조 진영의 인사들이 밀통한 문서가 무더기로 나온다. 조조는 이 문서들을 소각하여 갈등의 여지를 일거에 없애버려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사람의 마음은 대체로 실력과 세력을 좇아간다. 이미 실력과 세력을 얻었다면 구태여 세력을 과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평화가 오고 세력이 지속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의 연속, 불신의 연속으로 대 혼란을 겪고 있다. 전 정권의 뼈아픈 교훈을 그새 잊고 뇌졸중을 앓고 있다. 대통령도 가짜뉴스, 진짜뉴스를 여러 번 걱정했고, 여당 대표도 입만 떼면 가짜뉴스 타령을 했다.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징조였다.

그 전조를 놓쳐 나라가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자초한 국론 분열이요, 엄청난 낭비다. 아끼던 사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고, 광화문 광장과 서초 검찰청 앞거리는 옳고 그름을 떠나 편 가르기로 연일 요란하다.

누구의 책임인가? 누가 수습에 나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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