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이어 지역 대표 소주 금복주도 '복고풍' 제품 출시
새로운 병 제조·수거비용 등 가격 상승 우려는 숙제로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이마트에 초록색 병 소주 대신 하늘색과 투명색 병 소주가 진열되어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직장인 A씨(41·대구시 달서구)는 최근 애용하는 소주를 몇 달 전 출시된 복고풍 소주로 바꿨다.

대학 시절 저학년 때 마시던 술과 비슷한 병에 끌렸고 맛도 당시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술을 전혀 먹지 않는 A씨의 아내도 주로 보던 녹색병에서 하늘색 병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씁쓸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공병 회전에 문제가 생기면서 몇 달 전 소매점에서 대형 마트보다 400원가량 비싼 가격에 구입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병이 눈에 띄었고 마시다 보니 예전 생각이 나 애용하게 됐다”면서도 “다만 아무래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복고열풍이 소주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보해 레트로 소주가 첫 출시된 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부산 무학도 출시됐으며 제주도 한라산 소주는 이전부터 하늘색 병이 출시 돼 애주가들 사이에는 찾아 먹는 술로 불렸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대구지역 대표 소주 제조사인 금복주도 다음달 2일 소주왕 ‘금복주’를 출시,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복고 소주는 매출 감소에 따른 자구책에 일환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맥주 시장이 확대되고 맥주 시장 중에서도 외국 맥주가 유행하면서 소주 시장에 위기가 커졌다.

특히 20대 등 젊은층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회식문화 변화 등도 소주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맛으로 승부를 걸기에는 익숙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 주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외형적 변화를 시도, 현재까지 반응은 좋은 편이다.

금복주가 새로운 복고 소주를 출시하는 것만 봐도 시장성이 있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당초 금복주는 복고 소주 출시에 나서려 했으나 시장 조사 결과 썩 만족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면서 복고 소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복고 소주는 중장년층에게는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고 20대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제품으로 다가 설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금복주는 소주를 선호하지 않는 20대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기존 소비층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주류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구책이 맛의 변화로 이어지는 등 소주 시장의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박희동 경북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맛의 변화는 호불호가 갈리고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반감과 제조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록 맛의 변화는 아니지만 새로운 병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더 가려는 시도가 소주 시장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외국 술의 국내 점유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로 우리 맛을 지키는데 기여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소줏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새로운 병을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 제조사마다 따로 병을 수거를 해야 하는데 투입되는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는 만큼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열기가 식으면 투입되는 비용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 도매상은 “아직 가격 변화에 대한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며 “하지만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가격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금복주는 소주병 재활용률이 소비자들 생각보다 높지 않아 소주병은 꾸준히 생산했으며 새로운 병을 만드는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아 가격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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