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인적쇄신도 차분히 진행…정기국회 후 갈등 재발 가능성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투쟁에 힘이 모이면서 인재영입 과정 등에서 부각된 황 대표의 리더십 논란과 인적 쇄신 요구로 촉발된 중진 용퇴론, 계파 갈등 등 당내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휴일인 전날(24일) 오후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 한국당 의원 전체 108명 중 90명 가량이 참석한 것은 한국당이 결집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 정도 참석률은 평소 국회에서 열리는 의총보다 훨씬 높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설치된 황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는 당내 주요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황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도 많았지만, 일단 당의 전력을 하나로 모으는 데 동참하는 모습이다.
최근 당 지도부의 쇄신 의지를 비판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농성장을 찾아 “제가 했던 말이나 보도된 기사에 대해 너무 괘념치 말아달라. 잘되자고 하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내 쇄신 바람을 일으킨 김세연 의원도 지난 22일 황 대표를 찾아 “한국당이 거듭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한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농성장을 찾으면서 황 대표의 존재감도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의 단식이) 구심점이 됐다. (황 대표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분이 전혀 없다”며 “생사를 걸었고, 당의 명운이 달린 문제인 만큼 하나가 돼서 돌파하고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서 ‘쇄신의 칼’을 언급한 만큼 당내 인적쇄신도 차분히 진행되는 분위기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황 대표의 단식 돌입 하루 만인 21일 지역구 의원 3분의 1 컷오프를 포함해 현역 의원 절반을 물갈이한다는 내용의 인적 쇄신안을 발표했다.
‘지역구 의원 3분의 1’은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압승했던 2012년 19대 총선 당시의 25%보다도 높아 고강도 쇄신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패스트트랙 문제가 정리되는 정기 국회 이후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들어서면 숨어있던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황 대표의 단식을 통해 선거법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저지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변수다.
이들 법안 저지에 성공할 경우 황 대표의 당 장악력이 크게 확대되며 총선 공천을 둘러싼 파열음도 잦아들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당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컷오프 관련 세부 기준이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문제도 아직 논의 중이어서 관련 사항이 확정될 때마다 당내 갈등이 재점화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