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줄어들고 크기도 작아져…구룡포과메기조합 "올해 40%↓"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효과도 못봐…북태평양 연안 中 어선 싹쓸이
방사능 우려하는 '일본산' 없어

예년 같으면 28~30cm 가량되는 씨알이 굵고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한 과메기 원료 꽁치가 잡히는데 올해는 10~20%가량 씨알이 작은 꽁치가 잡히고 있다.
지난 25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사무실 겸 냉동창고.

예년 같으면 과메기 재료인 냉동 꽁치를 담은 상자를 싣고 내리는 손길과 완성돼 판매처로 나가는 과메기를 옮기는 인력과 차량으로 북적댈 때지만 한적한 느낌이다.

김영헌 과메기조합 이사장은 “평년 같으면 매일 매일 바쁠 시기이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판매가 30~40%가량 급감해 이틀에 한 번씩 정도 일한다”고 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인 ‘동백꽃 필 무렵’ 배경으로 구룡포 일원 골목과 일본가옥거리에 평일 2000명, 주말 5000명 이상 관광객이 몰리지만, 구룡포 특산 과메기 판매는 이와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26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구룡포·장기면·호미곶면·동해면 등 과메기 산업 특구 내에는 200여 가공업체에서 2000여 명이 종사하는 ‘겨울철 포항 효자 특산물’이다.

매년 10월 말부터 다음 해 2월까지 과메기를 생산, 이후 죽도시장과 구룡포시장 등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팔거나 택배로 전국에 판매되고 있다.

1990년대 말 100억 원이던 과메기의 연 매출은 2007년께 과메기 특구 지정에 맞물려 500억 원, 2010년대 중반에는 생산시설 현대화 등으로 최대 700억 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지난해 55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7년 말 지진 이후 전국적 이슈가 된 ‘과메기 팔아주기 운동’으로 어느 정도 판매 현상유지가 됐지만 올해는 뚝 줄었다.

김외준 포항 죽도시장 과메기협회장도 “택배나 현장 판매 모두 예년의 3분의 2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며 “전국적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올해는 씨알이 굵은 러시아산 꽁치 어획량이 뚝 떨어져 10~20%가량 작은 30㎝ 이하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기는 작아졌는데 가격은 그대로여서 10~20%가량 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며 “과메기 시세는 한 두름(20마리)에 1만6000~7000원 선, 상등품은 1만 8000~9000원이다. 크기가 큰 꽁치가 부산 유통업체 등을 통해 차츰 들어와야 하는데 본격 추위가 오면 가격을 높게 받으려는지 아직 시중에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포항 구룡포 과메기 원료가 되는 원양산(태평양)꽁치 상자.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원양에서 잡힌 꽁치는 2653t으로 지난해 상반기 7596t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꽁치 주요 먹이인 크릴새우가 줄고, 중국 어선이 북태평양 연안에서 어린 꽁치까지 싹쓸이하면서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특히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일본 연근해에서 잡힌 ‘일본 꽁치’ 사용 여부와 관련, 과메기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꽁치 어획량이 거의 없어 일본 자체 행사에도 다른 나라 꽁치를 사용할 정도여서 반입되는 일본 꽁치는 없다”라며 “동경 165도 부근 태평양 해상에서 잡은 꽁치, 대만산과 원양산이 올해 기준 40%와 60% 비율로 구룡포 과메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김영헌 이사장은 “포항 구룡포를 먹여 살리는 과메기가 어획 부진과 경기 침체, 음주 단속 강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판매가 줄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지속적인 과메기 요리 레시피 개발과 중앙 및 지방정부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홍보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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