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연구위원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연구위원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하고 이듬해 5월부터 협상을 개시한 지 2년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영국과 EU는 합의문에 서명하고 2019년 3월 29일 영국은 EU를 탈퇴하게 되나 2020년 말까지 21개월간 전환 기간을 가지며, EU의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으나 현행 EU 제도와 규정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합의안 의결이 영국의회에서 부결되고 브렉시트 시한이 2020년 1월 31일까지 연장되면서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올해 8월 22일 한-영 FTA를 체결하고 국회의 비준동의안도 의결되었다. 만약 ‘노 딜’ 브렉시트로 인해 한-영 FTA가 발효되더라도 한-EU FTA 양허 조항의 대부분이 영국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영국으로 수출하는 공산품은 100% 무관세가 적용되고, 농산물은 98.1%가 무관세 적용을 받아 한-EU FTA를 활용해 온 기업들에게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한-EU FTA 특혜관세 상실로 EU로 수출되는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영국의 특별 조치(2019년 3월 13일)에 따라 잠정적으로 1년 동안 가격경쟁에 민감한 자동차, 일부 농산품 등을 제외한 수입품 87%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지역기업의 수출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구와 경북의 對영국 수출의존도가 각각 0.85%, 0.42%임을 감안하면, 비록 ‘노 딜’ 브렉시트가 단행되더라도 영국으로의 수출은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역기업들은 유사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 브렉시트를 계기로 자체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역기업들은 대외적인 충격을 정부나 지자체에 의존하면서 수동적으로 대응하였지만 앞으로 사전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이제는 기업 상황에 맞는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에 대한 몇 가지 통상적인 대응 방향을 보면, 첫째는 통관지연과 수출계약 복잡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노 딜’ 브렉시트가 시행되면 우리와의 협정과 관계없이 영국의 모든 교역상품이 통관 및 세관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기존 영국의 통관시스템과 인력만으로는 통관지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있는 식품이나 화장품과 같은 제품은 통관지연 가능성에 특별히 대비해야 한다. 또한 급격한 환율 변동이나 통관지연 등에 따라 수출계약이 복잡해지는 등 계약서상 의무를 이행하는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둘째, 저작권, 지적재산권, 상품표기 등 인증·표준과 관련한 대응도 준비되어야 한다. 영국 정부의 ‘노 딜’ 브렉시트 지침서에 따르면, 인증·표준과 관련된 사항은 가능한 한 영국 국내법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셋째, 주영국 한국대사관은 올해 1월 24일부터 무역협회, 코트라 등의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와 연계하여 브렉시트에 대비한 헬프 데스크(Help Desk)를 설치하였다. 영국 현지 진출 우리 기업과 국민을 지원하는 제도이므로 지역기업들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넷째,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되더라도 향후 영국의 투자환경이나 중기 성장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지역의 관련 기업들은 이에 대한 사전 대응도 강구해야한다.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으로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대(對)미국 달러 대비 평가절하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환율변화는 영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환율변화로 인해 수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특히 신경 써야할 부분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이 상당부문 상품시장과 금융시장에 반영되어 있지만 불확실한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 앞으로 ‘노 딜’ 브렉시트를 기회로 삼아 지역기업의 대외 대응력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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