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우리는 평생에 걸쳐 과연 몇 번의 거짓말을 할까? 2008년 영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2,500명을 상대로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지 물은 결과, 평균적으로 4번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일 년에 약 1,460번 이상, 그리고 평균수명을 70년으로 잡을 경우, 인간은 평생에 걸쳐 약 1,002,200번 이상의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한다는 결론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1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연구진이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하루에 평균 2번 정도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특이한 점은 10대와 20대 초반의 경우, 하루 평균 2.8번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층의 거짓말 빈도수가 이처럼 많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신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들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현재 자신들이 하는 행동, 혹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부모들이 상황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보다 대체로 용납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먼저 내비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건, 분명한 것은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 거짓말과 같은 다양한 부정행위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듀크대학 교수인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사람들은 이익이 충돌할 때, 자아가 고갈된 상태일 때, 한 번의 부정행위로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는 식의 자기신호화 할 때, 그리고 자기기만을 할 때 일반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정직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욕망과 부정행위를 통해 이득을 얻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갖고 있기에 부정행위의 정도가 이 두 욕망 사이 어디쯤에서 정해진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정직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그는 자신의 저서 '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에서 ‘퍼지요인 이론’으로 소개했다. 한마디로 부정행위의 규모와 수준이 단순히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크기만을 따지는, 즉 비용편익분석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오히려 저마다 가진 도덕성의 기준과 더 밀접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크고 작은 부정행위가 사회적 전염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댄 교수는 다른 사람의 부정행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거나, 부정행위의 사례들을 많이 접할수록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진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특히, 부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은 사실을 목격한 경우, 전염성은 훨씬 강하다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지도층의 부정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규명과 그에 따른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사회 전체의 도덕성이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사회가 고위공직자에 대해 그토록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서글프게도 우리사회 지도층의 부정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회계를 조작하는 기업들의 부정행위, 국민을 상대로 한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들의 기만행위, 그리고 직위를 이용한 권력기관의 불공정성 등은 언제나 그렇듯 언론보도의 주된 메뉴다. 이렇듯 부정행위들이 줄어들기는커녕 여전히 만연한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감시’와 ‘처벌’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댄 교수의 말처럼 ‘누군가 보고 있다’ 즉, ‘감시‘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는 감소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한 부정행위라도 사회적 전염성을 고려해 분명한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사회에서는 부정행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너져가는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요즘 대한민국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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