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법원 로고 이런 판결
귀신을 떼어낸다는 이유로 가위로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자르려다 이마에 상처를 낸 공무원에게 내린 해임처분이 위법 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박만호 부장판사)는 28일 예천군청에서 해임처분을 받은 공무원 A씨가 예천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회복지 공무원인 A씨는 지난해 10월 10일 밤 10시 40분께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60)에 붙은 귀신을 떼어낸다는 이유로 가위로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자르려 했다. 어머니가 가위를 빼앗는 과정에서 이마 부위를 찔러 상처를 냈다. 예천군은 지난해 12월 24일 지방공무원법 제55조(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상북도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해임처분을 했다. A씨는 소청심사를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환청 등의 증상을 겪다가 귀신을 떼어 내야 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가위로 내 머리카락을 자르던 중 이를 말리던 어머니에게 실수로 가벼운 상해를 입혔다”며 “어머니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과 이 사건 비위행위로 인한 가정보호사건은 법원에서 불처분 결정으로 종결된 점, 홀로 부모를 부양하는 상황에서 공무원 직을 잃으면 생계 유지가 어려운 점, 정신질환 치료로 환청 등의 정세가 많이 호전된 점 등을 종합하면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법원도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했고, 공무원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잘못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환청,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이 원인이 돼 우발적으로 범행한 데다 어머니가 입은 피해 정도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점, 어머니도 선처를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의 비위행위는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서 A씨에 대한 징계를 해임으로 정한 것은 징계양정기준에 어긋난다”며 “휴직 등으로 치료와 반성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처분을 한 것은 공익과 A씨가 입은 불이익 사이에 법익의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서 비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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