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민생법안 처리 먼저" vs 민주 "필리버스터 철회 우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

국회가 29일 본회의를 열고 ‘포항지진 특별법’과 일명 ‘민식이법’등 주요 민생법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한 여야 간 대립으로 상황이 꼬이면서 법안처리가 유예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 방식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카드, ‘필리버스터’를 꺼내 들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본회의 개의가 열리지 못했고 결국 지진특별법을 비롯한 199건의 본회의 안건 처리가 무산됐다.

한국당은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주요 민생법안과 처리가 시급한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철회부터 요구하며 맞섰고, 정국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필리버스터 요청을 알리며 “이 저항의 준엄한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요구했다.

이번 정기국회 기한인 내달 10일까지 한국당 의원들 전원이 나서 필리버스터에 나서 문희상 의장의 선거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문희상 의장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직후 본회의를 거부하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국당을 겨냥해 규탄대회까지 나서자 나 원내대표도 반박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급한 민생법안에 다 필리버스터를 적용할 필요가 없으니 민생법안부터 먼저 처리하고 그 다음에 필리버스터를 처리해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민생법안을 처리 못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라며 “민생도 염치도 무시한 정치적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이날 통과가 확실시 됐던 ‘포항지진 특별법’ 등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과 여야 3당 원내교섭단체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한국당도 문제지만 한국당을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넣은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며 “3당으로서의 한계를 느낀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역부족으로 끝났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날 비쟁점법안이던 주요 민생법안 처리가 여야 간 대립으로 무산되면서 내년도 513조 원대 규모의 예산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야 간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정안이 아닌 정부 안이 내달 2일 자동부의 돼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역구 관련 예산을 반영해야 하는 여야 의원들 모두 불안해할 것이란 점에서 일각에선 내달 2일에서 10일 사이에 여야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역구 예산을 챙기지 못한다면 여야 의원들 모두 지역 민심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이에 국회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이 내년도 예산이 정부 안 대로 처리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문 의장도 예산안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본회의를 다시 잡아 예전처럼 정부 안을 본회의에 올리되 추후 수정안도 상정해, 수정안부터 먼저 처리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에 담긴 법안에 대한 합의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 내달 10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추가 임시국회를 소집해 처리하는 방향도 검토될 수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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