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묘비에도 김건모 이름 옆에 ‘장지연’ 새겨
장욱조 부부도 참석…"건모 천재적 음악 재능, 가수왕 꿈 이뤄준 것 같아"

법적으로 부부가 된 가수 김건모와 장지연 씨, 장씨 부모인 가수 겸 작곡가 장욱조 부부가 지난 28일 저녁 여의도에 모였다. 이들의 단란한 모습. 연합
“아버지 기일이 5월 19일이에요. 결혼 날짜를 미룬 건 그 이유가 가장 컸어요. 결혼식은 기일 이후 5월 중으로 잡으려고요.”

가수 김건모(51)가 피아니스트 겸 작·편곡가 장지연(38) 씨와 당초 1월 30일로 예정한 결혼식을 미룬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28일 저녁 여의도에서 함께 만난 두 사람은 “아버지 1주기는 지나야 하니깐…”이라며 “이젠 굉장히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껏 결혼식을 할 수 있다”고 웃어 보였다. SBS TV ‘미운 우리 새끼’에도 등장한 김건모 아버지는 지난 5월 19일 별세했다.

또 다른 이유는 양가 50명씩만 초대하는 ‘스몰웨딩’ 계획을 변경하면서다.

김건모는 “결혼식 준비를 하다 보니 신부도 못 들어올 것 같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1집 때부터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꼽아보니 안 되겠더라. 하객 수 때문에 야외 결혼식도 고려하니 1월은 너무 춥고 5월의 신부가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 5월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예식은 4개월가량 미뤘지만 이미 혼인신고를 해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

김건모는 “양가 상견례를 한 다음 날인 10월 28일 혼인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결혼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이미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것.

장씨는 혼인신고에 대해 “‘내가 진짜 유부녀가 되는구나’ 싶었다”며 “주민등록등본을 떼면 늘 부모님 밑에 제 이름이 있었는데, 누군가의 배우자로 달라지니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김건모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가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라며 “(그날) 지연이에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혼인신고 며칠 뒤 김건모는 아버지 묘비에 담긴 자신의 이름 옆에 장씨 이름을 새겨넣었다.

프러포즈는 다음 달 방송될 SBS TV ‘미운 우리 새끼’에서 전파를 탄다. 이미 예고편에서 김건모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장씨에게 세레나데를 들려주는 모습이 공개됐다.

장씨는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덜덜 떨렸다”며 “오빠가 울컥하니 나도 눈물이 나 정신이 없었다. 촬영팀이 가고서 오빠와 둘이 남았을 때 감동이 밀려와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 감사하다고, 가장 행복한 신부가 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펑펑 울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구체적인 예식 계획에 대해 “꿈꿨던 결혼식 모양은 없었다”며 “하나님이 축복해주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에는 김건모의 장인·장모이자, 장씨의 부모가 함께 자리해 얘기를 나눴다.

장씨 아버지는 1980년대 ‘고목나무’를 불러 유명한 가수 겸 작곡가 장욱조. 1970년대 밴드 ‘장욱조와 고인돌’로 활동한 그는 1988년 가요계를 떠나 30여년간 목사로 국내외 선교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도 나훈아, 이미자, 태진아 등 유명 가수들의 대표곡을 지속해서 만들었다. 김건모는 이날 장인, 장모 외투를 손수 걸어주고 장인이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니 그것도 의미 있겠다’는 말에도 귀 기울이며 아들처럼 살가운 모습이었다.

장욱조는 “건모 부친 묘비에 딸 이름을 새겨넣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건모가 지연이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생각했다”며 “건모 아버지도 (생전) 장로셔서 하나님이 중매해주셨구나 싶었다. 지연이가 신앙이 같은 믿음의 가문과 맺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장욱조 부인은 “딸이 잘 결정하리라 믿었다”면서도 “(가수가) 생활 패턴이 다른 걸 알기에 엄마가 걸어온 길을 딸이 그대로 가는 데 대한 염려는 있었지만 같은 신앙인이고 ‘네가 좋다면’하고 허락했다”고 미소지었다.

장욱조는 가수 후배인 사위의 사람 됨됨이와 음악성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결혼 소식이 알려진 뒤 만나는 지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축하 전화가 걸려왔죠. 모두 ‘건모가 착해요. 천재예요’라고 했어요. 딸도 ‘진실성을 봤다’ 하고 주위에서 착하다고 하니 한시름 놓으며 인정하게 됐고 마음이 쏠렸죠.”(장욱조)

30년간 목회 활동을 하느라 김건모의 음악 스타일을 잘 몰랐다는 그는 “음악을 다 들어보니 제가 좋아하는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같은 흑인 음악을 소화하더라. 블루스 계열 노래도 뛰어나 천재적인 재능이 있구나 싶었다”고 칭찬했다.

또 “난 짧은 기간이었지만 건모는 한 시대를 아름답게 수놓았다”며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다는 점이 훌륭하다. 한때 내 꿈이 가수왕이었는데, 그 꿈을 건모가 이뤄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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