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문화적 뿌리와 전통을 이해하게 된다. 나아가 우리의 정체성과 자부심, 애국심을 갖게 될 것이다.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일본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 내부에서조차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들이 스스럼 없이 자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구미시의 박정희 흔적 지우기가 도를 넘고 있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이다. 어떤 정치가도 공(功)이 있고, 허물(過)이 있는 법이다. 하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실상 고향이 구미인 데다 현재의 구미시가 규모 있게 성장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한 인물이다.

구미시가 지난달 26일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50주년을 맞아 구미시 광평동 수출산업의 탑 앞에 50주년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비는 선언문 비와 번영의 문 두 개 조형물로 구성돼 있다. 기념비가 세워진 구미수출의 탑은 1976년 박정희 대통령 때 수출 10억 달러 돌파를 기념해 세운 것이다. 그 앞에 기념비를 세우면서 기념비 어디에도 ‘박정희’라는 이름을 찾아 볼 수 없다. 기념비의 문구를 쓴 교수라는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 구미공단을 조성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 아니냐, 민족중흥이라는 문구가 박정희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구차한 설명을 하고 있다.

구미시의 이 같은 박정희 지우기 전력은 한 둘이 아니다. 지난 9월 구미시가 구미공단 50주년을 기념해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도 구미 공단을 있게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쏙 빼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만 등장시켰다. 박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좌파 대통령 외의 보수 쪽 대통령의 모습 또한 찾아 볼 수 없다. 이 때도 구미시가 두 차례의 시연회를 갖고도 영상제작자의 실수라 얼버무렸다.

이에 분개한 김찬영 자유한국당 중앙당 지방자치위원은 구미시청 앞에서 1인시위까지 벌였다. 그는 “구미공단을 기록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빼놓을 수 있나”면서 “구미에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구미시는 이보다 앞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에서 ‘박정희’를 빼고 구미근현대사박물관이나 구미공영박물관으로 하겠다고 해 말썽을 빚었다. 이 자료관에는 박정희 대통령 관련 유품이 5670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도 이름을 빼버리려 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구미시는 마지못해 ‘박정희유물전시관’으로 결정했다. 이뿐 아니라 40년 간 구미시 직제에 있었던 ‘새마을과’도 폐지하려 했다가 문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존치키로 해 폐지를 면했다.

구미시의 박정희와 새마을 등 근현대사의 핵심 역사 지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지금 세워진 기념비를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 파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구미시의 박정희 흔적 지우기는 심각한 역사 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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