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중기 걸작으로 꼽히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12월 6일과 8일 양일간 2019년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마지막 오페라로 무대에 오른다. ‘La Traviata’란 한국말로 ‘길을 벗어난 여자’, ‘길을 잘못 든 여자’를 뜻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평범한 여성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사는 프랑스 사교계의 여성을 의미한다. 이 오페라의 여주인공 비올레타 발레리의 극중 직업이 코르티잔(Cortiesan·프랑스 상류사회 남성의 사교계 모임에 동반하며 그의 공인된 정부(精婦)역할을 하던 여성으로 동양의 기생이나 게이샤처럼 시, 음악, 춤에 뛰어난 여성)이다.

1800년대 프랑스 파리는 신흥 부유층들이 대거 등장하여 매일 밤 흥청망청한 파티가 이루어지는 환락의 도시였다. 당시 코르티잔 중에는 시골에서 상경하여 발레리나로 활동하던 여인들이 많았다. 발레리나로 성공하기보다는 자신의 공연을 보러온 부유층의 눈에 들어 후원을 받으며 평생 화려한 생활을 누리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 코르티잔을 곱게 볼 리 없는 당시 사람들의 시선이 반영된 까닭인지 작품 속의 코르티잔들은 대부분 비참한 최후를 맞이 한다.

1813년 베르디와 같은 해에 태어난 바그너는 프랑스 파리에서 ‘탄호이저’를 무대에 올렸다가 부유층의 야유를 받으며 실패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탄호이저 2막에 발레공연이 없었던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오페라 본 공연 보다는 2막의 발레 공연을 보며 코르티잔을 고르려는 목적을 가진 이들이 많았던 까닭으로 벌어진 헤프닝이었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의 여주인공 미미 역시 원작 소설 속에서는 코르티잔 출신의 여성으로 그려져 있을 만큼 코르티잔은 당시의 문학이나 예술작품 속에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이번에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라가는 ‘La Traviata’ 프로덕션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이탈리아 앙코나극장의 합작품으로 올해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기간인 9월 20일과 22일 이탈리아 앙코나극장에서 먼저 공연을 올려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앙코나극장이 무대와 의상 제작비를 50%씩 부담을 하여 이탈리아 제작소에서 제작되었다.앙코나극장의 공연에서 지역 출신 성악가 권재희가 주연으로 출연하였고, 앙코나극장에서 연출을 했던 이탈리아 연출자가 이번 한국 공연의 연출을 맡아 이번 주에 지역민들에게 선을 보일 예정이다. 또한 이 무대와 의상은 대구공연 이후 본사를 영국에 두고 있는 세계적인 기획사인 IMG를 통해서 전 세계로 판매되어 수익을 올릴 것이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마리오 델 모나코, 타란토, 벨리니 등 유럽 유수 콩쿠르 우승자인 영남대학교 소프라노 김정아교수가 비련의 여주인공 비올레타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그녀의 연인 알프레도 역은 베네수엘라의 파바로티로 통하는 테너 아퀼레스 마차도가 맡아 열연을 펼칩니다. 마차도는 도밍고 콩쿠르와 비냐스 등 세계적인 콩쿠르 우승자로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구스타프 두다멜, 리카르도 샤이 등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과 협연을 한 최고의 테너이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 역에는 이탈리아 밀로노 스칼라극장이 찾아내고 길러낸 바리톤 피에로 테라노바가 정통 이탈리아 바리톤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

아울러 2017년 대국국제오페라축제 오페라 대상을 수상한 조나단 브란다니가 지휘봉을 잡고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상주단체인 오페라전문 오케스트라 ‘디오오케스트라’와 전문 오페라합창단 ‘대구오페라콰이어’가 연주를 맡는다. 그리고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스테파니아 파니기니가 연출을 맡아 화려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선 보였던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중국 극장에 수출할 예정이다. 이제 출발점에 있으나 앞으로 해외 다양한 극장들과의 콜라보레이션과 기획사 협업을 통해 오페라를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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