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남 마산서 내연산으로 산행…등산 도중 조난당해 2시간만에 구조
소방관에 보답으로 감사의 마음 전달

포항북부소방서로 배달된 감자떡.

지난달 27일 포항북부소방서에는 감자떡이 들어있는 택배 2상자가 도착했다. 수신자는 ‘포항북부소방서’로만 돼 있었다.

감자떡은 주인을 찾아 소방서 1층과 2층을 이틀 동안 헤맸다. 이 택배를 보낸 주인공은 누구며 왜 이곳으로 배달됐을까?

여기에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지난달 22일 오후 4시 12분께 경북도119종합상황실에 한 통의 신고전화가 들어왔다.

경남 마산에 사는 50대 여성 이모 씨가 포항 송라면 내연산군립공원으로 등산을 왔다가 조난당해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내연산의 중요 봉우리인 삼지봉에서 향로봉으로 향하던 중 길을 잘못 들어 바위가 드러난 부분으로 떨어졌다.

바로 구조신고를 했지만, 날이 빨리 어두워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휴대폰 배터리도 바닥을 보였다.

구조대는 현장에 도착해 바로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큰 소리로 이 씨의 이름을 외치자 이윽고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원들은 평소 내연산 곳곳에 설치해둔 위치표시판과 주요 지점을 폰 카메라로도 찍어 둬 익혀두었다.

이날도 전화로 계속해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위치를 파악했고, 이 씨를 구조할 수 있었다.

내연산에 도착하고 구조하기까지 2시간 만 걸렸다.

현장에서 구조를 한 박두열 소방관은 “산을 내려온 뒤 감사하다며 계속 보답하고 싶어 하셨다. 어느 부서인지도 물어보셨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대원들은 그렇게 구조 활동이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5일 뒤 택배가 도착했다.

처음엔 수신자가 정확하지 않아 미심쩍어 열어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경남 마산으로 적혀있는 발신지를 한 소방관이 알아봤고, 가운데 4자리만 표시된 휴대폰 번호를 혹시나 하며 당시 구조를 받았던 이 씨의 번호와 비교했다.

결국 번호가 일치, 이 택배를 보낸 사람은 지난주 내연산에서 구조됐던 이 씨였다.

“감자떡을 받고 나서 구조자와 다시 통화를 했습니다. 그분이 추운 날 고생 많으셨는데 보답할 게 없어서 보내드렸다고 말씀하셨어요. 구조대원 분들과 맛있게 먹으라고 하셨지만, 저희는 고맙다는 말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소방관들은 “최근에는 ‘내가 낸 세금으로 당연히 구조나 구급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사람이 적잖다. 따뜻한 정이 담긴 뜻밖의 감자떡 선물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갈수록 추워지는 겨울, 쉬지 않고 구조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욱 필요해 보였다.

이상무 포항북부소방서장은 “겨울철 산행은 낮이 훨씬 짧아지고 기상변화가 심해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체력에 맞는 등산 계획 △일찍 출발하고 일찍 하산하기 △충분한 수분 섭취와 비상식량 챙기기 △산악위치표시판 위치 확인 등 주의사항을 체크하고 산행을 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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