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선화가 진 옆자리에는
튤립 가족이
그날의 목단이 진 옆에는 / 양귀비 가족이

풀벌레와 새소리가 진 그 옆자리엔
이웃집의 아들딸이 피어나고 꽃다운 세상의
남매들이 꿈꾸는
세상의 밥상엔 공평 의리 사랑이란 / 의미들이

구체적으로 차려져서 즐겁게 설거지하는
진풍경이 피어나고
정현, 정민이네처럼 잘 풀리는 부러운 집이 또 있을까
현실적으로 중얼거리는데

저희도 잘 풀리며 자랄게요! 치맛자락
끌어당기는 / 오래 키운 꽃들의 손가락이 피어나고

우리가고 없는 세상에서 피어나고
피어날 옆의 세계




<감상> 교정에는 감꽃이 지고 나면 옆에서 밤꽃이 향기를 풍기고 피어난다. 어김없이 자연은 촘촘하고 공평하게 옆구리에서 꽃이 피고 지며 순환의 원리에 따라 돌아간다. 인간은 서로 위계질서를 세우고 불공평한 세상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엉성하고 허약한지도 모른 채 욕망을 채우기에 바쁘다. 인간은 공평, 의리, 사랑이란 의미를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 서로 즐겁게 설거지하고 잘 풀리기를 바라는 세상, 남을 잘되게 하는 세상은 바로 ‘옆의 세계’일 때만 가능한 것이다. 수직의 세상이 아닌 수평의 세계에 놓여있을 때 밥상을 다투지 않지 않고 공평하게 돌아간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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