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각인면문옹형토기. ‘옹기형태의 토기에 구멍을 뚫어 사람 얼굴 모양을 새긴 그릇’ 정도로 풀이되겠다. 화랑문화재연구원이 경산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 개설 구간 발굴 과정에서 출토된 토기 이름이다. 높이가 28㎝인 이 토기는 1600년 전 신라 시대에 만들어 진 것으로 모양이 특이해서 인기다.

둥글고 길쭉한 토기의 윗부분에 돌아가며 이목구비의 구멍을 뚫어 3개의 얼굴 모양을 새겼다. 얼굴 모양 하나하나가 다 요즘 흔히 쓰는 이모티콘처럼 표정이 다르다. 웃는 모습과 화난 표정, 무심한 듯 무표정한 얼굴 모습이다. 귀와 코는 단순하게 둥근 구멍을 뚫어 놓았고, 갸름하게 오려낸 입과 눈의 변화로 다양한 표정이 만들어졌다. 콧등은 콧날의 양쪽을 약간 눌러서 도톰하게 표현했다.

이 토기와 함께 출토된 시루의 몸통 중간에는 소뿔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연구원은 만든 기법과 특징으로 봐서 5세기 전반 또는 그 이전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이라며 토기와 시루 본체를 결합해 사용했을 것이라 했다. 결합 된 모양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네티즌들이 시루의 양 옆에 달린 손잡이가 펭귄의 짧은 손 같다면서 요즘 인기 캐릭터인 ‘펭수’를 꼭 닮았다며 열광이다.

이 토기는 지난해 보물 제 2010호로 지정된 경주 영묘사터(흥륜사터) 출토 얼굴무늬 수막새와 쌍벽을 이룰 전망이다. ‘신라인의 미소’로 유명한 얼굴무늬 수막새 기와는 1300여 년 전인 7세기께 만들어 진 것이다. 단순하게 만들어진 수막새지만 인상적인 푸근한 얼굴 모양으로 인지도가 매우 높다. 둥근 수막새는 연꽃 무늬 장식이 보통인데, 이 수막새는 미소 지을 때의 눈과 주름의 얼굴 표정을 잘 빚어 넣었다. 아래쪽이 조금 파손됐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특이한 여운을 주고 있어서 가치를 높게 평가 받고 있다.

300년 쯤 터울의 이 얼굴 모양 토기와 기와는 신라인의 심성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롭다. 특히 이번에 경산에서 출토된 시루와 결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얼굴새김 토기는 또 다른 매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시루에 김이 오르면 이목구비 구멍을 통해 기관차처럼 김이 뿜어져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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