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근로자 형평성에 어긋나"-DGT "열악한 업계 개선 수단"

전국택시산업 노동조합 대구 지역본부가 4일 오후 ‘카카오T 블루 발대식’이 열리는 대구 수성구 지산동 교통연수원 앞에서 ‘카카오택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계획된 발대식은 집회로 인해 열리지 못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 택시업계가 자동배차 서비스 ‘카카오T블루’(이하 카카오택시) 도입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택시노조는 카카오택시에 참여하지 못한 근로자들의 형평성 문제와 근로환경악화 등으로 근로자 간 갈등이 조장되는 상황이라며 카카오택시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택시에 참여한 법인택시 사업자와 근로자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하나의 상품이자 궁극적으로 열악한 대구 택시업계를 개선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노조와 협상해나갈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4일 오후 대구시교통연수원 앞은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이들로 붐볐다. 한국노총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이하 택시노조) 소속 조합원과 개인택시 기사 등 대구지역 택시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200여 명이 카카오택시 운영에 반발하고 나선 것.

택시노조는 대구에서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택시운송가맹사업자 DGT모빌리티(이하 DGT)가 지난 8월 면담에서 택시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과 수익증대만을 위할 것으로 약속했지만, 택시가맹사업면허 취득 후 비밀계약서를 체결해 근로자 간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시운송사업조합을 중심으로 전 택시사업자들이 카카오택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카카오택시 운전기사를 선정·재선정에서 노조와 협의하도록 개선할 것을 DGT에 촉구했다.

한 택시기사는 “카카오택시가 대구에 도입된 이후 콜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먹고 살길이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전국택시산업 노동조합 대구 지역본부가 4일 오후 ‘카카오T 블루 발대식’이 열리는 대구 수성구 지산동 교통연수원 앞에서 카카오T 블루 발대식 반대 집회를 열었다. 택시노조원들이 머리띠를 고쳐 매고 있다. 이날 계획된 발대식은 집회로 인해 열리지 못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택시노조 김기웅 조직·정책본부장은 “법인택시에 종사하는 노동자 가운데 일부만 카카오택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DGT의 카카오택시 도입 방식이 택시업계에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카카오택시 기사들이 각자 소속된 법인택시회사에서 활동하는 듯하지만,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카카오택시 기준에 따라 선정된 만큼, 카카오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불법 파견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시교통연수원에서 ‘카카오T블루 발대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DGT는 행사를 취소했다. 그동안 카카오택시 도입에 고생한 직원들과 카카오택시 참여 기사들의 노고를 축하하는 자리였으나 노조 반발에 따라 행사를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단, 노조가 주장하는 형평성 문제와 불법 파견 등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반박했다. 앞서 대구 법인택시회사 90곳에 카카오택시 모집에 대한 사전 연락을 취했고, 택시운송가맹사업 허가에 필요한 택시 1500대 이상을 각 법인으로부터 정식으로 신청받았다는 것이다.

카카오택시에 참여한 택시기사 권모(43)씨는 “그동안 지역에 모든 택시기사가 이용할 수 있었던 카카오 콜서비스가 카카오택시에 우선 배차되면서 카카오 콜서비스에 의존했던 택시기사들의 콜이 줄었기 때문에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택시는 운불련 등과 같은 콜서비스 업체가 가입자에게만 콜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해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DGT는 노조가 반발하는 사항과 관련해 협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DGT 김준홍 대표이사는 “대구 택시업계의 열악한 운송수익과 종사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카카오택시를 도입한 것”이라며 “근로자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노조에서 반발이 나오는 것인데,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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