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우리는 사물이나 사태의 겉면만 보고 진실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진실게임에서 종종 ‘키몬’과 ‘페로’의 명화 이야기를 예로 자주 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걸려있는 이 그림을 처음 본 관객들은 늙은 노인과 젊은 여인의 애정행각에 당혹해 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이 그림의 내용을 들으면 ‘포르노’로 여겼던 그림이 성화(聖畵)가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 청와대 ‘백원우 특감반’ 출신 검찰 수사관 A씨의 사망 사건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검찰, 민주당과 한국당과의 진실공방으로 국정이 ‘올스톱’이 되고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머잖아 검찰의 수사 결과 드러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집중 수사하고 있는 수사관 A씨의 극단적 선택 이유가 ‘개인적인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관련된 문제 때문’인지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백일하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관 A씨의 사망 사건을 둘러싼 문제는 개인의 ‘단순한 죽음’의 차원을 넘어선 권력의 최정점인 청와대와 수사의 키를 쥐고 있는 검찰과의 ‘용호쟁투’로 볼 수가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적 상처를 입는다.

사건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현직 울산시장으로 시장에 재출마한 김기현 한국당 후보 측근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로 시작된다. 김씨 측에 따르면 경찰은 김씨가 한국당 후보로 공천을 받자마자 표적수사에 나서 당시 야당 시장인 김씨가 여권 후보보다 10% 포인트 앞서 있던 선거 흐름이 울산시청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과 수사를 계기로 선거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해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인 여당 후보가 역전승했다는 것이다. 특정 건설업자에게 편의를 봐준 혐의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선거 9개월 후 검찰에 의해 모두 무혐의 처리가 됐었다. 당시 창원시장에 출마한 한국당 후보도 당으로부터 공천을 확정받은 직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 후보도 낙선했고 노무현 정부 때 장관 동생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야당 후보는 장기간 경찰의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밖에도 경남 사천 시장, 양산 시장, 함양군수 후보를 비롯한 야당 출마자들 상당수가 선거기간 중 경찰 수사를 받았다.

한국당은 지난 3일 국회에 유재수·황운하·우리들병원 사건을 ‘3대 친문 농단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A수사관이 사망한 이튿날인 지난 2일 서초경찰서를 압수 수색해 A수사관의 휴대전화와 유서를 확보해 사망 경위를 캐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대해 “고인의 사망경위에 대해 한 점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서초경찰서는 검찰이 압수해간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되돌려 받기 위해 검찰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역신청했다. 경찰은 A수사관의 사망원인을 캐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에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다고 밝혀 검·경간이 정면 충돌했다. 서울동부지검은 4일 유재수(구속 중) 감찰 무마의혹의 최종 지시자 를 찾아내기 위해 청와대 민정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대변인을 통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촉발한 최초 첩보는 외부에서 제보받았다”고 밝힌 직후 그 문건 제보자는 현 울산시장 최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문건을 민정수석실이 제보받아 그 내용을 경찰에 넘겨 수사를 하명한 것은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불법이라고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 청와대 측은 숨진 A수사관이 지난해 1월 울산에 내려간 것은 울산시장 사건과는 무관한 고래고기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내려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숨진 A 수사관이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곳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괴롭다“고 한 말과 A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데는 그만한 중대한 사건이 연관되었기 때문으로 보고 사건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여야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백원우 특검반 A수사관 사망사건 등 앞으로 이들 사건의 진실 게임이 어떻게 펼쳐질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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