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20억원 들여 준공…선수 맞춤 훈련 프로그램 제공
후반기 대반격 일등공신 평가

포항의 미래 중 1명이 미드필더 이승모가 지난 4월 개관식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지난 1일 울산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38라운드 울산-포항전 후반 51분 완델손이 뽑아낸 페널티킥을 팔로세비치가 골망속으로 꽂아 넣으며 포항스틸러스가 4위 뛰어오르며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올 시즌 포항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극장골을 터뜨렸다.

포항은 올 시즌 K리그1 38경기에서 모두 49골을 뽑아냈으며, 이중 후반 45분 이후에만 무려 5골을 뽑아 전체 득점의 10.2%를 차지했다.

후반 30분 이후 뽑아낸 골로 폭을 조금 넓히면 무려 16골에 이르며, 이는 전반전 내내 뽑은 15골보다 앞서는 결과다.

축구전문가들은 올 시즌 포항축구에 대해 ‘후반만 되면 펄펄 나는 팀’으로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가 실제 득점비율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포항이 후반에 강한 팀이 되는 데는 지난 2016년 9월 다시 포항 지휘봉을 잡았던 최순호 감독에게서부터 시작되지만 올해 유독 후반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득점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득점 48골 중 후반 45분 이후 단 1골을 뽑아냈으며, 후반 30분 이후 득점도 11골로 올해보다 5점이나 적었다.

포항이 지난해 전반 21골·후반 27골로 전·후반 득점비율이 44대56이었던 반면 올해는 전반 15골·후반 34골로 무려 31대 69의 압도적 차이를 보였다.

이런 변화의 결정판은 지난 1일 열린 울산-포항 간 38라운드 경기 였다.

이날 우승을 노리는 울산과 4위를 노리는 포항이 전반 내내 치열한 공방전 끝에 완델손과 주니오가 서로 골을 주고 받으며 1-1로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잠시 울산의 강한 공세가 펼쳐졌을 뿐 후반 내내 포항이 공격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펼치다 일류첸코의 추가골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후반 42분 울산 골키퍼 김승규의 결정적 실책상황에서 포항과 울산 선수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울산이 스로인 공격권을 가졌지만 김승규로부터 공을 받으려는 선수가 없자 미드필드 쪽 선수에게 던져준 볼을 허용준이 달려들어 빼낸 뒤 텅빈 골문속으로 꽂아 넣었다.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87분간 양팀 모두 끊임없는 공방전을 펼치면서 울산 선수들의 체력이 방전된 반면 포항 선수들은 경기 끝날 때까지 체력을 유지했다.

후반 50분 완델손이 울산 문전으로 돌파할 때도 포항의 모든 공격라인이 좌우에서 함께 쇄도하는 모습이 그 결정판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포항의 4-1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포항이 올 시즌 이처럼 후반 체력이 강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측면공격수로 선정된 완델손이 풋볼퍼포먼스센터에서 주닝요 코치의 지도 아래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바로 지난 4월 29일 송라클럽하우스에 개관한 풋볼퍼포먼스센터가 그 주인공이다.

포항은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의 근간은 시즌 내내 선수 부상방지와 일정한 체력 유지가 필수조건이라는 판단 아래 2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 풋볼퍼포먼스센터를 만들었다.

지난해 4월 풋볼퍼포먼스센터 건립계획을 수립한 포항은 독일 바이에른 뮌헨과 잉글랜드 아스널을 직접 방문해 현장 실사를 진행하였고, 카타르 아스파이어 재단·브라질 코린치안스 등 해외 유수의 체력증진센터 운영 사례도 조사해 포항 선수단에 최적화된 센터를 건립했다.

풋볼퍼포먼스센터는 선수단 체력증진 및 측정을 위한 다양한 피지컬 기구·개인별 체력증진 데이터베이스 축적 및 분석 프로그램·실내 재활 및 회복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포항 신예 문경민에 스프린트 점프 프로그램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이를 위해 스프린트 파워·몸싸움 저항능력·심폐지구력·점프력 등 축구선수에게 특화된 총 76종 96개 품목의 최신 트레이닝 장비를 갖추고, 분석실을 통해 선수별 근력 향상은 물론 부상 부위 확인과 재활에 있어 정확성을 더하게 했다. 특히 훈련시기별로 풋볼퍼포먼스센터를 다르게 활용해 ①운동종류 및 포지션, 주전·비주전·재활선수 등의 구분에 따른 선수개별 맞춤형 체력측정 ②체력측정 데이터와 GPS데이터, 개인별 경기기록 등 선수 개인별 데이터를 축적해 종합 분석 후 세분화된 항목별 진, ③진단에 따른 선수 개인별 체력 개선 프로그램 및 포지션별 특성에 맞춘 별도 훈련을 펼쳐왔다.

포항은 퍼포먼스센터 준공 이후 선수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무릎관절 부상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전력 유지에 지대하게 공헌했으며, 경기 후반으로 접어들면 상대에게 체력적인 우위를 앞세워 극장골 세례를 터뜨렸다.

그 첫 사례가 주력 중앙수비수인 김광석과 데뷔 이후 잦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측면공격수 이광혁이었다.

김광석은 프리시즌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됐지만 퍼포먼스센터에서의 재활을 통해 시즌 후반 대반격의 중심에 섰으며, 이광혁 역시 숱한 부상에도 빠른 회복으로 복귀하면서 팀 전력에 힘을 보탰다.

여름 이적시장 기간동안 포항에 합류한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도 유럽 시즌을 끝낸 뒤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K리그에 데뷔했지만 퍼포먼스센터에서의 개별 맞춤식 체력프로그램으로 단기간에 컨디션을 회복, 핵심전력으로 떠올랐다.

또한 지난 2015년 대전에서 데뷔한 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완델손은 전 경기에 출장해 15골 9도움을 기록하며 위기의 팀을 살려냈다.

여기에 개인별 맞춤 영양 컨설팅을 제공해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매 경기 후 피로와 통증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급속냉각요법(크라이오 테라피)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토록 한 과학적인 선수관리가 전반기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4위로 끌어올리는 공신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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