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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아침시단]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복효근
  • 승인 2019년 12월 08일 15시 5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09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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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감상> 친구가 거절할까봐 선재는 핑계 대며 붕어빵을 몰래 가방에다 집어넣는다. 눈치 빠른 선재의 깊은 배려가 숨어 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 나는 나(화자)에게 선재가 허기진 배를 채워준 것이다. 붕어빵 냄새가 오래 남아 있고 온기가 식지 않았으니 썰렁한 빈방에는 다섯 마리 붕어가 마음껏 헤엄치고 다녔을 것이다. 친구가 가장 따듯한 저녁을 선사한 셈이다. 아주 조그마한 선의(善意)가 우리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는 것,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는 동력이 된다는 것, 마음 가난한 사람은 경험해 본 적 있었을 것이다. 내 고등학교 시절에도 친구가 사준 짜장면 한 그릇 덕택에 용기를 잃지 않고 버티지 않았는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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