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로 깔깔거리며 지낼 나이가 지났다. 나이가 든다
는 것은 주머니의 자갈을 끄집어내어도 자꾸 자갈이 생긴
다는 뜻이다.

오래된 건물들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사실이다. 벽들
은 저마다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간혹 건물들이 울면 사
람들은 이유 없이 어두워진다.

명랑함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음에 들지 않
던 보조배터리를 극장에서 분실하고 찾으러 가지 않는 것
과 같다. 그들이 너를 버린 게 아니야.

견고했던 것들도 깨어진다는 것을 차츰 알아간다. 사람
들 사이에 끈이 있는데 당기거나 당겨진다. 예전에는 그걸
몰랐었다.




<감상> 주머니의 자갈을 끄집어내어도 자꾸 자갈이 생길 나이라는 거, 그만큼 쉽게 상처 입고 인간관계에 잡음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오래 사겨 친밀한 사람이라면 저마다의 표정을 읽고 슬픔도 같이 한다. 오래된 건물도, 사물도 정을 나누면 그러할진대 하물며 정든 이야 오죽할까. 나이 든다고 해서 사소한 것에도 명랑함을 잃지 말자. 명랑하게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면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 영혼은 늙지 않는다. 사람 사이는 견고하지 않고 엉성하므로 노력하지 않으면 한 순간에 무너지기 쉽다. 그 사이를 유지하려면 거미가 첫 줄을 나무 사이에 걸어놓듯 뒷심이 있어야 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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