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모양의 눈썹들이 숨어 있다
늙은 여우비의 마른 자국에 입이 없는 바람이 머물고,
앙금이 다 가라앉아 무거워진 눈물이
몇 개는 백지처럼 붙어 있고 몇 개는 풀처럼 자라고

너무 커다란 저녁은 거기 누울 수 없어

당신의 웃는 입모양이 생각나지 않아

나는 얼마나 큰 지붕을 가졌을까, 내가 들고 있는
들보가 가벼운데 당신은 그리 오래 매달려 있었는지
귀에 익은 숨소리에 햇살이 잠시 날아간 것 같다

밤에는 천천히 가는 시계를 닮은 집의 모서리
당신이 눈으로 가리켜준 시간을 다 이고 있다

어디쯤에서 갈라져 지붕은 새를 닮았을까
잡석 몇 개 드문드문 서 있는 저 눈썹마저 사라지면
굴레를 이고 있는 나의 날개는




<감상> 지붕은 꼭 사람의 등과 그 모습이 닮아 있다. 표정을 감추는 눈썹과 무거워진 눈물과 입 없는 바람이 머문다. 너무 큰 저녁은 거기 누울 수 없고 알맞은 어둠만이 둥글게 내려앉는다. 달빛도 딱 그만큼의 엉덩이를 내려앉고 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오래 지붕에 매달려 있었으므로 무겁게 느껴지고, 귀에 익은 당신의 숨소리가 깃들어 있다. 당신이 눈으로 가리켜준 시간마저 다 이고 있다. 당신의 부재(不在)가 몸에 새겨지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눈썹이다. 몸 중에서 눈썹은 얼마나 표정을 읽기 어려운가. 눈썹과 연관된 길은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지므로 나의 날개는 펼칠 수 있을까.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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