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읽어 주는 남자'가 들려주는 우리 동네 이야기

龍興(용흥)-용흥동 이야기 표지.

흔히 ‘지역을 사랑한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그 지역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지역사랑’을 이야기하려면 그 지역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북일보 ‘경북의 숲’을 연재 중인 이재원 포항지역학연구회장(이재원화인의원 원장)이 ‘포항을 사랑한다’는 자부심으로 ‘龍興(용흥)-용흥동 이야기’를 출간했다.

“나고 자란 곳이니 당연히 사랑한다가 아니라 알면 알수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 포항”이라는 이 회장이 발품 팔아 여기저기 다니며 쟁여놓은 얘기 보따리들을 이제 하나씩 풀어낸다. 이번에 출간된 포항지역학연구총서Ⅰ ‘龍興(용흥) - 용흥동 이야기’가 그 첫 번째다.

이 책은 그가 태어나 자라면서 처음으로 포항과 ‘관계 맺기’에 관한 이야기다.

어릴 적, 늘 지나쳤지만 이제는 사라져버린 장소들, 기억 속에서만 어렴풋이 남은 그때 일들, 그리고 오며 가며 살갑게 인사 나누던 동네 사람의 이야기들이 기억하는 모든 이를 추억여행으로 이끈다.

별다른 인연 없어 생소한 사람일지라도 그가 끄집어내 들려주는 전설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 여행자’가 된다.

전작 ‘포항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로 계획된 ‘포항 여행’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책이다.

책은 행정구역 변천을 시작으로 ‘산’, ‘길’, ‘골’을 비롯해 ‘포항의 옛이야기’, ‘동네 사람 인터뷰’ 등으로 구성됐다.

‘산’을 테마로 한 코너에서는 전몰학도충혼탑, 포항지구전적비,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과 죽림사·덕림사, 용흥동 신라묘가 자리하고 있는 ‘죽림산(탑산)’부터 대단지 아파트가 자리한 ‘대흥산’과 서산터널이 들어선 ‘수도산(모갈산, 갈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길’에는 연화재(안포가도)와 포항의 동맥인 7번국도, 포항시 우회도로(남부고가, 동지고가) 등 ‘도로’뿐 아니라 강(칠성천)과 철도(용흥건널목)를 소개했다.

‘골’에서는 용당리, 감실골, 대왕골(대안골, 대흥골), 우미골, 지방골 등을 이야기한다.

포항남부초등학교가 자리한 용당리에는 용당(龍堂)터와 경상북도포항교육지원청, 포항변전소, 지금은 포항서림교회가 된 남부교회 등이 있다.

“경주에서 포항으로 들어오는 7번국도가 도로명주소화 되면서 포항입구에서부터는 ‘새천년대로’가 되었습니다. 새천년대로는 포항의 주요 진입로 중 하나입니다. 남부초등학교 앞에서 용흥고가차도로 이어져 멀리 양덕까지 뻗어나갑니다. 7번국도가 남부초등학교부터는 ‘용당로’가 됩니다. 도로 이름에 ‘용당(龍堂)’이 사용된 이유는 예전에 이곳에 용소(용소)가 있었으며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당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기 때문입니다. …중략… 용흥동이라는 동 이름 또한 이 용당에서 나왔음은 물론이며 남부초등학교 옆으로 흐르던 칠성강을 용당강이라고도 하였답니다.” ‘용당리’, ‘남부초등학교’ 중에서.

감실골에는 도립포항의원, 도립동해의료원, 그리고 포항의료원이 자리하고, 감실못에는 대성사가 위치해 있다. 대왕골(대안골, 대흥골)에는 동지교육재단 4개 학교를 비롯해 도시의 흉물로 변해버린 금광 포란재 그리고 대안지를 담았다.

우미골과 지방골에서는 에는 기사로 보는 용흥동으로 ‘낙성식과 수혼제’와 ‘포항의 도우장으로 송전설비’, ‘포항 향군 춘계대회 사격성적’, ‘産油(산유)에의 꿈 차분히’, ‘석유에…온천에…활짝 핀 포항’, ‘강제수용 부지 원소유자에 환매촉구’ 등이 실렸다.

이 외에도 이 회장이 알고 있는 ‘포항의 옛이야기’, ‘동네 사람 인터뷰’, ‘용흥동 지명과 연혁’ 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재원 포항지역학연구회장(이재원화인의원 원장).

“옛날 옛적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홀로 된 어머니를 모시고 용당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의 모친은 홀로된 지 수년 뒤부터 늦은 밤이면 아들이 잠든 틈을 타 가끔 집을 나가 어디론가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아들은 눈 내리고 세찬 바람이 부는 동짓달 어느 날 밤, 몰래 어머니 뒤를 밟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용당강(용당마을을 지나는 형산강 지류, 칠성강이라고도 함) 언덕에서 옷을 벗고 강을 건너 상도동에 있는 어느 집에 들어가 어떤 홀아비와 동침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오랫동안 살아온 어머니를 이해하고 다음부터 어머니가 밤중에 옷을 벗고 강을 건너는 고충을 덜어 드리기 위해 큰 돌 7개를 날라다가 징검다리를 놓아두었습니다. 그 후부터 어머니는 옷을 벗지 않고서도 강을 건너 이웃마을로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략… 마을 사람들은 아들의 효심에 감동하여 용당강을 효자강이라 부르고 돌 7개로 징검다리를 놓았다 하여 칠성교(또는 효자교)라 불렀습니다. 모친에게는 효행이 지극한 효자였을지 모르지만 죽은 부친에게는 불효를 저질렀다고 하여 용당강을 효불효강이라고 부르고 이후 칠성교를 효불효교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포항의 옛 이야기’, ‘용대이마을 칠성교의 전설’중에서.

김일광 동화작가는 이 책에 대해 “이재원은 고향, 용흥동을 이야기하고 있다. 포항남부초등학교 자리가 ‘용소’였으며 그래서 그 지역을 ‘용이 사는 집’, ‘용당’이라고 불렀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참 얼굴 찾기 작업을 시작한 셈”이라고 평했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한반도의 산천은 누구에게 쉽게 발설하지 못하는 스토리를 간직한다. 하물며 마을과 길과 가옥이야 오죽하겠는가. 탈출하고 싶은 친숙함과 다가서고 싶은 낯섦이 섞여 포항이란 도시의 스토리가 형산강처럼 흐른다. 여기 용흥동의 원류와 변모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