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감상> 출렁이는 바다가 바로 미약한 인간들을 기다리는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고깃배나 어부는 거대한 자연에 매여진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삶의 굴곡을 지나날 때마다 화사한 날을, 많은 기쁨을 기다리지만 그런 날들도 잠시뿐이다. 풍랑을 만난 소설 속 주인공처럼 ‘바다와 노인’이 되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그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갈 뿐이다. 힘들게 살아온 날들이 기적이고, 앞으로 살아갈 버팀목이자 또 다른 기적이 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간의 삶과 죽음인데, 어찌 앞날을 예측하면서 살아가겠나. 좋은 날이 있겠지, 기쁨이 기다리고 있겠지, 위안을 삼으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