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도로’니 ‘자율주행’이니 하는 시대에 도로 위에서 차량 20~30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4시 41분께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상주 기점 26㎞)에서 트럭과 승용차 등 차 20여 대가 연쇄 추돌해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비슷한 시각 사고 지점에서 2㎞ 떨어진 하행선에서도 차 20여 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비슷한 시각 가까운 곳에서 7명이 목숨을 잃고 32명이 부상을 입는 초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사고는 새벽에 이 일대에 내린 1㎜가량의 비가 도로에 얼어 붙은 이른바 ‘블랙 아이스’에 의해 달리던 차들이 미끄러지면서 일어났다. 사고 현장엔 죽음 사람들의 시신이 훼손된 체 흩어져 있고, 차들이 추돌해 아비규환이 된 데다 차량에 불이 붙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같은 겨울철 고속도로 결빙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는 해마다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서리나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가 3863건이나 되고, 이들 사고로 105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경찰청은 2016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최근 4년 간 경북지역에서만 블랙 아이스 관련 사고로 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렇게 겨울철만 되면 ‘블랙 아이스’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빈번하지만 도로 관리 주체인 도로공사나 고속도로관리공단, 민자도로 회사,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상주영천고속도로처럼 민자로 지은 고속도로의 관리가 문제다. 도로공사 등 도로교통 당국은 눈이 오면 모래나 염화칼슘 등을 뿌리고 있지만 이로서는 충분한 대책이 되지 않는다. 도로 선형을 개선하고 교통 상황을 운전자들에 알리기도 하지만 겨울철 빈발하는 고속도로 결빙으로 인한 사고 예방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번에 대형 인명 참사가 난 상주영천고속도로도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주의 조치가 사전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속도로 관리 당국은 겨울철 결빙이 자주 발생하는 지점에 대한 특별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모래나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기상 여건에 따른 상시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기온 차기 큰 겨울철 눈이나 비로 인한 블랙 아이스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고속도로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주의와 경고를 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상습 사고 구간에는 노면에 열선을 깔아서라도 ‘블랙아이스’ 사고를 막아야 한다. 기상에 의한 천재지변이나 운전자들의 부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블랙아이스’ 대형 교통사고는 도로 관리자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