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금회에 2300여만원 전달…9회 걸쳐 총 9억8000만원 기부
역대 누적 개인기부액 중 '최고'

올해도 대구 키다리아저씨가 아름다운 성금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키다리아저씨의 기부금은 10억 가까이 되며 공동모금회 역대 누적 개인기부액 중 가장 많은 액수다. 항상 신원을 밝히지 않아 키다리아저씨로 불린다.
매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를 이어온 키다리아저씨가 올해도 어김없이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지난 23일 오후 7시께. 공동모금회에 전화가 울렸다.

전화기 넘어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고 담당자에게 퇴근 후 만나자고 전했다.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공동모금회에서는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든 키다리 아저씨 였다.

이후 김찬희 공동모금회 대리와 직원은 한 제과점에 도착했으며 기다리고 있던 키다리아저씨 부부와 만났다.

이들 부부는 봉투 한 장을 건넸다.

봉투에는 ‘금액이 적어서 미안합니다. 나누다 보니 그래요’라는 메모와 함께 2300여만 원의 수표가 들어있었다.

키다리아저씨는 앞서 가족 이름으로 1억 원을 기부해 금액이 좀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기가 무척 어려워 기부가 쉽지 않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월 1000만 원씩 12개월을 적금을 넣어 이자까지 기부하는 나눔을 이어왔다고 덧붙였다.

조심스럽게 기부 동기를 묻자 “아버지를 일찍 잃고 19살에 가장이 돼 가족들을 먹여 살리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애환을 잘 알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보내주는 소중한 성금을 꼭 필요한 이웃들에게 잘 전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인도 “승용차도 10년 이상 타며 쓰고 싶은데 쓰지 않고 소중하게 모았다”며 “아직도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나눔의 즐거움에는 비교할 수 없다”고 미소를 보였다.

자녀들도 키다리아저씨를 자랑스러워 한다고 귀뜸했다.

특히 키다리아저씨는 “대구는 나눔의 저력이 있는 도시”라며 “언론을 통해 나눔이 이어지는 모습들을 보며 성숙해 가고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60대 키다리아저씨는 지난 2012년 1월 처음 공동모금회를 찾아 익명으로 1억 원을 전달하며 나눔을 시작했다.

같은해 12월 1억 2300여만 원을 기부한 데 이어 매년 1억 원 이상의 고액을 내놨다.

그 결과 총 9회에 걸쳐 기탁한 성금이 무려 9억 8000여만 원에 이르며 공동모금회의 역대 누적 개인기부액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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