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고 부르면 음매, 하고 따라 울었다. 여물을 씹다
말고 어미 소가 뒤를 돌아보았다. 담장 너머 살구가 노을에
물들어갔다.

진흙 묻은 아빠의 구두는 뒤축보다 앞쪽이 먼저 닳았다.
백곡산자락부터 따라왔을 도깨비바늘이 잔뜩 달라붙은 바지
를 입은 채 엎드린 그이한테선 만날 소주 냄새가 진동을 한
다.



<감상> 너무 그리워 꿈속인지 생시인지 부르면, 엄마는 어미 소처럼 “음매”하고 따라 울었다. 화자(話者)는 그 울음의 깊이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그 울음은 한파에 쩡쩡 우는 얼음과 같고, 동굴 속에서 울리는 메아리 같기도 하다. 담장 너머 살구처럼 노을에 물들어 가는,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어머니의 말씀 같기도 하다. 어머니는 먼저 떠나시고 홀로 남은 아버지의 구두는 앞축이 먼저 닳았다. 삶의 벼랑길을 내려오면 앞축이 먼저 닳고 바지에 도깨비바늘이 바지에 잔뜩 달라붙는다. 가정사를 도맡아 했던 어머니가 없으니 마음이 허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만만치 않은 세파에 시달리는 어린 아버지는 소주 냄새가 진동할 수밖에 없다. 있을 때는 잘 몰랐던 그리움이 떠난 뒤에 더 간절해지는 것은 몸속에 슬픔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