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鏡虛)와 만공(滿空)은 한국불교를 중흥시킨 고승들이다. 경허 스님이 충청도 서산에 있는 천장사에 있을 때 만공은 경허의 제자로 있었다. 하루는 경허 스님이 어린 만공을 데리고 탁발에 나갔다가 절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스승의 뒤를 따라 오던 만공이 투덜댔다.

“바랑이 너무 무거워 힘들어 죽겠습니다.” “그래, 바랑을 버리든지 아니면 무겁다는 마음을 버리든지.” 경허 스님이 무뚝뚝하게 한마디 던졌다. “애써 탁발한 것을 어떻게 버립니까. 그런데 무거워 죽겠는데 무겁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습니까?” “길은 하나 뿐이구나” 그 때 마침 한 곱상한 여인이 물동이를 이고 가고 있었다. 경허 스님이 여인을 향해 “여보세요”하고 불렀다. 여인이 뒤를 돌아보자 경허 스님이 전광석화 같이 달려가 여인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여인의 비명 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낫과 곡괭이를 들고 달려왔다. 잡히면 죽을 판이 된 경허와 만공은 ‘다리야 날 살려라.’며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났다. 그렇게 10여 리를 도망친 후 뒤를 돌아봤다. 아무 사람도 쫓아오지 않았다.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경허 스님이 만공에게 물었다. “아직도 바랑이 무거우냐?” 만공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대답했다. “잡히면 죽을 지도 모르는데 뭐가 무겁습니까.” “하나도 무겁지 않지. 무겁다는 생각이 없는데 무엇이 무겁게 하겠느냐.” 경허는 말을 마치고 한숨 돌린 후 말을 이었다.

“무겁다, 가볍다는 모두 마음이 지어내는 분별 때문이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어.” “마음이 맑으므로 보이는 것 마다 맑고, 보이는 것이 맑으므로 눈의 작용이 맑다.” 원각경의 법어다.

법정 스님은 “마음이 편안하면 띠로 엮은 집도 편안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로 끓인 국도 향기롭다. 마음이 편안해야 몸도 편안하다. 몸이 아파도 마음은 편안할 수 있지만 마음이 아프면 몸이 편안할 수 없다.”고 했다.

흙탕물처럼 뒤집혀 진 정치인들의 마음 때문에 무도한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이 바람에 국민의 마음도 분노의 흙탕물로 넘쳐난다. 하지만 흙탕물을 말끔히 청소하는 것은 국민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믿을 건 국민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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