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쥐에 관한 생태·문화상 조명

연말연시가 되면 십이지 동물을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이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오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쥐구멍에 볕 든 날’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곱돌로 만든 쥐(왼쪽)와 십이지 자신 탁본. 연합
2020년 경자년(庚子年), 흰 쥐의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이 쥐에 관련한 특별전을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쥐는 십이지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동물로, 방위의 신이자 시간의 신이다.

연말연시가 되면 십이지 동물을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이는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달 24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쥐구멍에 볕 든 날’을 연다.

통일신라시대 쥐 조각상을 비롯해 쥐를 소재로 한 부적, 대나무 병, 그림 등 자료 60여 점으로 쥐에 관한 생태와 문화상을 조명한다.

1부는 우리 민속에서 쥐가 다산과 풍요, 영민과 근면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됐다는 점을 부각한다.

쥐를 뜻하는 서(鼠) 자를 쓴 부적, 십이지 탁본, 불법을 수호하는 쥐 신장(神將) 등을 공개한다.

2부는 현대에 민첩하고 귀여운 이미지가 투영된 쥐의 모습을 보여준다. 톰과 제리 캐릭터를 그린 도시락, 십이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 ‘요괴메카드’ 장난감 등으로 전시 공간을 꾸민다.

쥐띠 해에 일어난 일, 쥐와 관련된 속담, 생활에서 쓰는 쥐 관련 말들에 관한 인터뷰 영상, 쥐 모형 공예 작품도 선보인다.

삼국사기 신라 혜공왕 5년(769) 11월 기록에는 “치악현에서 쥐 8천 마리가 평양 방향으로 이동했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雉岳縣鼠八千許向平壤無雪)는 대목이 있다. 쥐가 불길한 현상을 암시하는 동물로 묘사된 것이다.

삼국유사 ‘사금갑’(射琴匣) 이야기에도 쥐가 등장한다. 신라 비처왕(소지왕)이 만난 쥐가 사람 말로 “까마귀가 가는 곳으로 따라가소서”라고 하자 까마귀를 쫓았는데, 그때 조우한 노인이 편지를 줬다.

봉투에 “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열지 않다가 일관(日官)이 한 사람은 바로 왕이라고 하자 내용을 확인했더니 사금갑, 즉 가야금 상자를 쏘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에 따르자 간통 중인 승려와 궁주가 나타났다.

경자년(庚子年) 띠동물인 쥐는 이처럼 전통적으로 예지력을 지닌 동물로 여겨졌다. 민속학자인 김종대 중앙대 교수는 지난 24일 국립민속박물관이 연 강연회에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쥐는 지혜로운 능력자로 그려졌다”고 했다.

민속박물관에 따르면 김 교수는 발표문에서 무가의 일종인 ‘창세가’를 소개하고 “쥐는 조물주로 등장한 미륵보다도 더 뛰어난 지혜를 갖춘 존재로 표현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쥐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과 1년에 6∼7회 출산하는 다산 능력 때문에 부를 가져다주는 동물로 인식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한국민간속신어사전’을 보면 “쥐가 도망가면 집안이 망한다/ 쥐가 독에 빠지면 복이 나간다/ 쥐가 집안에 흙을 파서 쌓으면 부자가 된다”는 글이 있는데, 쥐가 재물과 연결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쥐는 각종 설화에서 인간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나무꾼과 선녀’ 일부 이야기에서 쥐가 나무꾼이 시련을 극복하도록 돕는 동물로 나오는데,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을 위해 충성을 다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사람들이 쥐를 긍정적인 동물로만 생각하지는 않았다. 곡식을 훔쳐 먹고 나무를 쏘는 습성으로 인해 간신과 수탈자를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심지어 탐관오리와 쥐를 동일시하는 문학 작품도 있었다.

빙허각 이씨가 1809년에 쓴 ‘규합총서’에는 쥐를 없애는 법에 대한 항목이 있다. 검은 개 피를 게에 부어 사흘을 사르면 쥐가 모이고, 정월 첫 진일(辰日)에 쥐구멍을 막으면 다시는 뚫지 않는다는 등 주술적 내용이 많다.

김 교수는 “사람으로 둔갑한 쥐, 도둑의 혼으로 알려진 쥐 이야기를 보면 쥐는 부정적인 동물”이라며 “속담에서도 쥐는 작고 사소하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됐다”고 했다.

그는 “현실 세계에서 쥐는 부정적 면모가 강하기는 하나, 그런 면 때문에 쥐띠들에게 부지런함의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재호 과학 칼럼니스트는 강연회에서 “쥐 잡는 고양이는 이제 옛말이다. 쥐는 각종 환경오염과 살충제에 적응해 가며 생존에 적합한 완성체로 진화하고 있다”며 쥐의 뛰어난 생존 본능을 강조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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