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행정부시장 도전장…정태옥 "얼마든지 환영한다"

왼쪽부터 정태옥 의원, 이상길 행정부시장.

4월 15일로 예정된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대구시 행정부시장이라는 거물급 관료 출신들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 북구갑을 지역구로 하는 정태옥 의원에게 이상길 행정부시장이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고령군 출생이지만 대구 북구 검단동 성광고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탓에 북구갑 출마설이 계속 나돈 이 부시장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북구갑 출마 의중을 드러냈다. 31일 자정께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마친 이 부시장이 굳이 1일 새벽 정태옥 의원 지역구인 침산동 오봉산에서 열린 해맞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1일 충혼탑 참배 행사 이후 식사 자리에서도 이 부시장은 총선 출마 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고, 조만간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구갑 현역의원으로서 인지도와 지위를 누리는 정태옥 의원이지만 이상길 부시장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다. 당장 지난해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논의 과정을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결과에 따라 명운이 갈릴 수 있다. 선거법상 국회 회의 방해죄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제한되고, 국회법은 회의를 방해한 사람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정 의원이 무죄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된 이후에도 문제가 없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의 기소 자체가 한국당에 헌신한 결과물로 받아들여지면서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구지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어서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상대 후보들이 손쉽게 네거티브 전략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적으로는 무혐의를 받았지만, 한국당에 대한 이미지 훼손 등의 책임을 덧씌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태옥 의원은 “이상길 부시장과 선의의 경쟁은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했다. 정태옥 의원실 관계자는 “정 의원에 대한 주민 지지도가 높고 조직관리도 매우 잘 된 편이어서 큰 걱정은 없다”고 했다.

이상길 행정부시장은 “일부 언론에서 너무 앞서서 총선에 불출마한다는 보도를 하기는 했지만, 공직사퇴시한인 15일까지 고민을 더 하겠다”며 “오봉산 해맞이 행사는 집 앞이라서 가봤다”며 말을 아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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