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공습 발표…친이란 민병대 지휘관도 사망
외신 "중동의 잠재적 터닝포인트"…이라크, 미·이란 ‘외세의 전쟁터’ 될 수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지난해 10월 테헤란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솔레이마니는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연합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에 사망했다.

이란의 보복, 미국과의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우려됨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긴장이 감돌던 중동정세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성명을 통해 “명예로운 이슬람 최고사령관 솔레이마니가 순교했다”며 사망 사실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보도 후 자기 트위터 계정에 아무런 설명 없이 미 성조기 그림을 게시해 사실상 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즉각 보복 공격을 다짐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오전 긴급 성명을 통해 “그의 순교는 그가 끊임없이 평생 헌신한 데 대한 신의 보상”이라며 “그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사흘간 추모 기간을 선포했다.

외신들은 이번 공습에서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도 숨졌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관리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내린 뒤 알무한디스 등과 자동차에서 만난 화물 터미널 근처에서 공습을 받았다고 밝혔다.

통신은 PMF 관리들과 한 정치인의 말을 인용해 솔레이마니와 알무한디스의 시신이 산산조각 났으며 솔레이마니의 신원은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보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두 달째 이어진 이라크 내 미군시설에 대한 포격, 최근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시위대의 습격을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지목했다.

특히 시아파 민병대를 사실상 지휘하는 주체로 이란을 지목해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일촉즉발 위기에 내몰렸다.

이란은 원유수출 봉쇄와 달러결제망 퇴출 등 미국의 제재 강화 때문에 자국 경제가 붕괴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날 숨진 솔레이마니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사령관이자 이란의 역내 전략 설계에 깊이 가담하고 있는 인물이다.

쿠드스군은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해외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나 정부군에 대한 혁명수비대의 지원, 지휘를 담당한다.

특히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벌일 때 전장에 직접 나가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알무한디스는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창설자로 시아파 민병대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미군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난달 27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군기지를 포격해 미국 민간인 1명을 살해한 무장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게임이 바뀌었다”며 “이란의 추가 도발 조짐이 보이고 충분히 위험하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 특히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표적 공습 때문에 이란의 보복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들의 죽음은 중동의 잠재적인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으며 이란과 이란이 지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에 맞선 중동 세력으로부터 엄혹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이 실제로 무력 충돌한다면 그 무대는 이란 본토가 아닌 이라크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과 병력을 폭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그간 견고하게 구축한 중동 내 친이란 무장조직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과 그 우방을 타격하는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예멘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주이라크 미군 공격 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미국 수준은 아니지만 이란 역시 미사일과 공격용 드론, 장거리 로켓포 기술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그 공격 범위는 중동 전체에 미칠 수 있다.

또 미국과 긴장이 커질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낸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 수로를 지나는 미국과 그 우방의 상선 억류·공격도 이란이 쥔 카드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국지전이 아니라 중동 전 지역의 안보 불안으로 번질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이날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공습을 미국과 이란이 확인하기 전에는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대한 로켓포 폭격 소식이 전해졌다.

이 사건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공습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바그다드 공항 화물 터미널 인근에서 일어난 공습으로 모두 7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들의 시신이 불에 타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AFP통신은 공항 피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8명이라고 보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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