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시 제 43집 표지.
전통의 시 동인 동해남부시 동인의 시집 ‘동해남부시’ 제43집이 나왔다. ‘동해남부시동인’은 1975년 첫 동인지 발간 이후 만 43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온 한국 최장수 시 동인이다.

정민호 회장은 43집 발간사에서 “동해남부시는 경주와 포항 울산, 영덕의 문인들이 참여하기 시작해서 부산과 대구의 문인까지 참여하는 우리나라 동해남부 지역을 아우르는 야심 찬 문학동회”라고 소개했다. 동해남부시는 순수 ‘시동인’지로 반세기 가까이 지역 시단의 기둥이 되고 있다.

‘동해남부시’ 제 43집에는 이장희, 장승재, 정민호, 김성춘, 김이대, 양명학 시인 등 원로 시인들과 진용숙, 최해암, 김귀현 시인 등 장년 시인, 2018년 신입 회원으로 입회한 권혁동, 이동욱, 조남훈, 조종래 시인 등 13명의 작품 100여 편이 수록됐다.

이장희 시인은 ‘파도소리’ 등 감각적인 언어를 구사한 시 8편을 발표했다.

“갈매기 울음이/ 바다 쪽으로 가늘게 퍼지고 있다/ 빈 바다에서 햇살이 움직이는 파고가/ 불을 지르고 있다…하략”(시 ‘파도소리’)

이 시인은 절제되고 간결한 언어로 자연과 삶이 합일되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장승재 시인은 ‘바위가 나에게’, ‘나무가 나에게’ 등의 시로 자연과 교감하고 있다.

정민호 시인은 ‘고별’ 등 시 9편을 실었다. 정 시인은 ‘글루미 선데이’, ‘앤더슨을 위하여’ 등의 회고적 성격의 시들을 발표했다. ‘기계 장날’이란 시는 박목월 시인과 함께 간 기계 장날의 기억을 되살려 내고 있다.

김성춘 시인은 ‘인간, 타이타닉’, ‘공(空)’ 등의 시를 발표했다. 언뜻언뜻 허무의 그림자를 드리운 시어에서 삶의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 ‘행복’에서처럼 엄마 손에 이끌려 어린이집으로 가는 해맑은 가을의 풍경도 그리고 있다. 김이대 시인은 ‘화진 휴게소’ 등 8편의 시를 실었다.

양명학 시인은 전통 시조와 일본 단시형 하이쿠를 연상시키는 ‘석줄시’ 연작을 발표했다.

“‘ㅉㄹㄹ, ㅉㄹㄹ,ㅉㄹㄹ.’/ 가을을 찔러 보낸 귀뚜라미 카톡 소리./ ‘ㅇㄹㄸ, 또 한 해가 늙어간단 말이지?’” 시 ‘귀뚜라미 카톡’ 전문이다.

조남훈 시인은 ‘강나루’와 ‘점이 연가(5)-겨울비’ 등의 시를 발표했다. 진용숙 시인은 ‘호반새 울다’ 등 간결하고 절제된 시편을 냈다.

“맨드라미 꽃향기들이 웅성거렸다/ 두 귀를 의심했다/ 어머니 모셔다 놓은 거산 양지마을…” 최해암 시인의 시 ‘상현달’ 도입부다.

최 시인은 전통적인 시의 호흡을 보여주는 시 10편을 발표했다. 조종래 시인은 ‘고향 꿈’, ‘바람’ 등 9편의 시를 발표했다.

이동욱 시인은 ‘심술(心術)’ 등 10편의 시를 실었다. ‘심술’에서는 어둠이 내린 철학 강의동에서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창밖에 붉게 핀 꽃들의 무심함을 오버랩시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시 ‘야간열차’에서는 “…봉인된 열차가 밤의 도시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최후의 불안, 최후의 두려움 속으로//”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현대인의 불안과 긴장감을 시어로 풀어냈다.

권혁동 시인은 ‘거울’, ‘청수국’ 등의 쉽고 정갈한 시어의 시들을 발표했다. “…내 속의 병이/ 네 속의 속에서 깨끗이 씻어질 것 같은,/꽃이다/ 관세음보상이다//” 시 ‘청수국’ 맺음부다.

김귀현 시인은 “점점 가벼워지는 계절의 그림자// 어느 노승의 다비 같은 붉은 제의// 천천히 적멸 한 채가 사위어가는 중이다//…” 시 ‘단풍 미학’의 도입부다. “한여름의 정수리에 쏟아 붓던 울음소리// 온몸이 텅 빌 때까지 울고 또 울고 나서/ 투명한 울음의 유서 가벼이 남겼구나.//…” 시 ‘매미껍질’처럼 사실적 비유로 명징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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