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남북 접경지역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멧돼지 포획 포상금을 내걸었다. 일부 동물단체에서는 야생 멧돼지의 씨를 말리는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멧돼지 1마리당 20만 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고라니도 3만 원을 환경부에서 포상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멧돼지나 집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경북도에서 멧돼지 사냥 광풍이 불고 있다. 경북에서 멧돼지 사냥이 한창이던 지난해 10~11월 전국에서 가장 많은 7410마리를 잡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 같은 숫자가 제대로 확인된 것인지 의문이다.

멧돼지 포획 포상금제 시행 이후 강원도는 접경지역 5개 시군이 ‘멧돼지 제로화’를 천명했고, ASF와 무관한 충청북도도 도내 전체 멧돼지의 절반가량을 포획하겠다고 선포했다. 이 같은 정부 정책과 지자체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 전국의 야생 멧돼지 30여만 마리 가운데 30%가량이 포획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 같은 집계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예천군에서 벌어진 냉동 보관 중이던 멧돼지와 고라니의 숫자가 제대로 맞지 않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선 지자체에서 잡은 멧돼지나 고라니 등은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환경부가 지정하는 장소에 매립 또는 소각, 사료용으로 반출할 수 있게 돼 있다.

경북 예천군에서는 지난해 12월 30일 임시 냉동 보관 중이던 멧돼지와 고라니 일부가 사라졌거나 숫자가 부풀려진 정황이 드러나 진위파악을 하고 있다. 일부 엽사들이 포획한 멧돼지와 고라니의 입·출고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제기해 경찰이 수사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엽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포획해 냉동보관 중이던 숫자에서 멧돼지 20마리, 고라니 19마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엽사들과 예천경찰서가 냉동고 관리 직원을 불러 조사를 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를 받은 입·출고 담당 직원은 입고 때 일부 엽사들이 수량을 부풀리고 빼돌린 것으로 경찰에 진술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면 정부의 포획 포상금을 받기 위해 입고 수량을 부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천에서만 멧돼지 20마리가 준 것으로 확인됐다. 포획 포획 포상금으로 치면 400만 원이나 된다.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서 국가 예산의 낭비 사례가 아닌지 밝혀야 한다.

이 같은 사례가 비단 예천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전국 다른 지역에 비해 멧돼지 포획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경북도내 전 시군은 물론 전국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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