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가슴에 몇 개의 먹구름을 안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것이거나

스스로 만든 것이든지

아무리 하늘 높고 맑은 가을에도

그 먹구름의 요동으로 시는 기지개를 켠다



<감상> 흔히 말하듯 등 따시고 배부른 사람은 시인이 될 수 없다. 아니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고사하고 시(詩)를 읽고 싶은 마음마저 생기지 않는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정신이 가난한 사람만이 시인이 될 수 있다. 정신적으로 허기진 것이 없으므로 시 한 줄 남기기 못하고, 시 한 줄 읽지 않고도 잘 살고 있다. 반면에 시인은 늘 먹구름을 안고 산다. 상처와 한(恨)을 지니고 살기에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스스로 시를 창작한 것인지, 시가 나를 이끌어 온 것인지 분별이 잘 서지 않는다. 시상(詩想)도 구름의 형상처럼 변화무상하지 않는가.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높고 맑은 가을 하늘에도 먹구름이 끼어야 시가 기지개를 켠다. 시가 잘되지 않을 때 스스로 먹구름이 되어야 시가 천둥처럼 찾아올 것 같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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