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연방제 버금가는 지방 분권을 실현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오히려 지방 분권은 후퇴하고 있다. 재정은 물론 기업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 하고 있다. ‘껍데기 균형발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 속도가 빠른 때는 없었다. 여기에다 정부 부처를 이전하며 세종시를 만들고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등 지난 15년 간의 균형발전 정책이 실효성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방 자치니, 지방분권이니 하지만 서울 일극체제가 더욱 공고화 되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인구가 2597만5799명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1737명 앞질렀다. 서울과 경기, 인천 거주자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002%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수도권 인구는 1970년대 28.3%, 1980년 35.5%, 1990년 42.8%, 2000년 46.3%, 2010년 49.2%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지방의 혁신도시 조성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단행 했지만 이후 적극적인 후속 대책이 없어서 수도권 인구 집중은 가속화 하고 있다.

여전히 지방분권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32년 차 현행 헌법은 개헌 절차가 미지수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수평적으로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의 말처럼 이대로는 지방에 희망이 없고, 국가엔 미래가 없다. 인재와 재화, 기업이 모두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지방의 최대 인구집단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인구마저 급속하게 줄고 있다. 이럴진대 경북과·대구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일년 새 경북·대구에서 감소한 인구가 웬만한 경북 지역 군 단위 지역 인구보다 많다. 지난달 말 기준, 2019년 경북은 266만 5000여 명, 대구의 인구는 243만 8000여 명이다. 1년 전보다 경북은 만 명 넘게 인구가 감소했고, 대구는 2만 3000여 명이 줄었다. 이 같은 인구 감소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심각한 인구 격차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도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는 지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정부는 출범 당시 약속대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 자치단체는 중앙 권력은 요구하지 않으면 절대로 스스로 권한과 재정을 내 놓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의회 등 협의체와 함께 더욱 강력하게 연대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