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포브스는 2019년 세계에서 가장 고부가가치의 브랜드 리스트 (World’s Most Valuable Brands 2019)에서 롤렉스를 78위로 평가했으며 이는 럭셔리 시계 브랜드 중 1위다. 192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방수 시계를 만들며 시계시장에 방점을 찍은 롤렉스는 타이거 우즈, 로저 페더러 등 각종 스타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 럭셔리 시계 브랜드 중 브랜드 가치가 가장 큰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롤렉스는 미국에만 수십 개의 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브랜드 ROLEX 이외에도 각 시계 이름인 DATEJUST, SKY-DWELLER 등은 물론이며 왕관 모양 로고도 상표 등록이 됐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롤렉스는 백여 개 국가에서 4000명 이상의 장인들을 거쳐 매해 팔십만개가 넘는 시계를 제작하고 있지만 그 엄청난 수요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레 중고시장의 열기로 이어진다. 중고 롤렉스는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중고 시계 시장에서도 롤렉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가품 시장에서도 가장 많이 유통되는 시계는 단연 롤렉스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롤렉스 장인이 아닌 사람이 만든 시계만 가짜라고 생각한다면, 롤렉스와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다. 롤렉스는 정품 시계 구매 후 수리나 커스터마이징으로 정품이 아닌 부품이 사용된다면 해당 시계는 가품과 다름 없다고 주장한다. 시계 매니아들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롤렉스가 승인하지 않은 부품이 들어간 시계를 “프랑켄 시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롤렉스는 2019년 말, 가품 판매를 이유로 라캘리포니안(laCalifornienne)에 소장을 냈다. 라캘리포니안은 까르티에 탱크 워치를 형형색색의 캔디컬러로 맞춤디자인하여 판매하며 유명세를 탔으며 커스텀 디자인 롤렉스로도 화제에 올랐다. 라캘리포니안은 정품 시계를 구매한 후 색을 입힌 가죽 줄, 톡톡 튀는 색의 시계판 등 개성 강한 모습으로 시계를 탈바꿈시킨 후 이를 재판매한다. 포브스는 라캘리포니안 제품을 “가장 아름다운 커스텀 시계”라고 극찬했으며 미국 전역을 비롯하여 기네스 팰트로의 굽(Goop)도 이들을 한껏 추켜세웠다. 현재는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삼년 만에 프랑스, 영국 등 여러 소매점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라캘리포니안이 “프랑켄 시계”를 판매하긴 하지만 소비자를 속일 목적으로 가품을 판매할 의도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프랑켄 시계가 내포하는 기괴한 이미지와는 달리 라캘리포니안이 재탄생시킨 시계들은 매우 아름답고 신선한 멋이 있다. 롤렉스의 입장에 따르면 라캘리포니안 시계는 위조품이다. 하지만 롤렉스의 회사 내규가 가품 구별의 법률적 척도는 아니다. 미국법은 등록된 상표와 동일하거나 상당히 유사한 상표를 가품의 척도로 본다.

라캘리포니안은 진품 시계를 사용하여 정품과는 매우 다른 느낌의 디자인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이를 가품으로 볼 것인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개성 있는 브랜드의 탄생을 반기는 측면에서는 라캘리포니안의 승리를 기원하지만 법률적 관점에서 본다면 롤렉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라캘리포니안이 무지개색을 입힌 시계가 롤렉스의 데잇저스트가 아니며, 유명한 왕관로고가 빠져있는 시계라면 단기간에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라캘리포니안은 인터넷에 두터운 팬층이 있으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품 판매자보다 롤렉스에게 까다로운 상대다. 두터운 팬층을 바탕으로 롤렉스에게 불리한 여론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라캘리포니안의 입장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라캘리포니안이 거대 브랜드와 법적 공방을 벌이기로 했다면 패션계에 주목해야 할 판례를 남길 듯하다. 아직은 법원에서 라캘리포니안 제품을 불법이라 하지 않았으니, 색다른 롤렉스가 필요하다면 슬쩍 하나 주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