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정치학박사·경남대 교수
이재영 정치학박사·경남대 교수

공수처법이 2019년 12월 30일 국회, 2020년 1월 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후속법률 개정이 이루어지고 공수처장 임명이 순조롭다면 올해 7월 전후 공수처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과 야 4당의 공수처 존재 이유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 및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에 대한 견제다. 공수처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공수처가 가져올 역효과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법의 제정은 이러한 모든 가능성을 대부분 차단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법률과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검찰은 다중으로 견제를 받고 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한다. 법무장관이 검사에 대한 인사권과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보유하고 있다. 법원에 영장기각권과 판결권이 있다. 그런데도 검찰을 견제할 수 없다고?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무능력과 법원에 대한 불신 이외 다른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단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문제인데, 이는 법무부에 기소심의위원회를 두면 끝이다. 간단한 해법에 복잡한 셈법이 끼어든 결과가 바로 공수처법이다.

공수처법의 문제점은 상당하다. 공수처는 고위공무원에 불법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 검사와 판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직접 기소하고 공소도 유지도 한다. 검사와 판사는 공수처, 다시 말하면 공수처장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7명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 중 야당 몫이 2명이고 6명이 찬성해야 한다는 조항, 그리고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수처 업무에 관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현존 권력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누가 견제하는가? 임명권을 보유한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공수처법을 주도한 민주당과 야4당은 그럴 일은 없다고 항변한다. 법과 제도는 운용하는 측의 미덕이 개입된다는 전제하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정권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면, 공수처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기 어렵다. 현 정부와 여당이 이러한 유혹을 이겨낸다 해도, 정권이 교체되었을 때 그들도 이러한 유혹을 이겨낸다는 보장은 없다. 정당은 정권장악과 유지, 그리고 재창출을 위해 조직된 단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수처는 검사와 판사가 정권에 예속되는 불행한 사태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문민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군대를 통제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여 정부전복을 시도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통해 군대를 통제하는 체계가 존재한다. 나머지 국가조직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당이 자신의 의도대로 국가사무를 통할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법원은 예외이다. 이들이 정권에 예속되면 이들을 이용해서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거나 정권유지와 창출에 이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과 법원은 문민통제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가장 문민통제에 근접하는 것이 된다.

수사권과 기소권(검사와 판사에 대해서는 공소유지권 포함)을 보유한 독립기구, 더하여 사실상 대통령 직속기구로서의 공수처는 대한민국에만 존재한다.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계 모든 국가가 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바로 정권의 입맛대로 검찰과 법원을 움직일 가능성 때문이다. 그래도 공수처가 필요하다면 정권에 좌우되지 않도록 국회 산하에 두고, 공수처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사기관의 역할만 하도록 하면 그만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의 단맛을 피해 정의를 추구한 정치인과 정치집단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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