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앞서 각급 학교에서는 겨울방학에 이어 졸업식으로 학사의 마무리에 들어간다.

학사일정 결정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조 및 제47조에 의거 학교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의 특성 및 교육공동체가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학사일정을 결정한다.

그런데 연간 최소수업일수가 220일 이상에서 주5일제 수업 등으로 190일 이상으로 축소되면서 수업일수만 충족되면 졸업식 일정은 학교장 재량으로 정할 수 있기에 졸업식을 좀 더 당기든 미루든 절차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12월이나 1월 졸업식’은 학교나 학생관리 편의를 염두에 둔 학교 측 선택의 결과로 보여 진다.

사실상 학교 교육을 모두 마친 학생들을 조기에 졸업시키고 다음 학기를 위한 석면철거나 기타 시설공사 등 학교관리에 나서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2019학년도 포항지역의 경우 졸업식을 12월 또는 1월에 실시하는 상황을 살펴보면 초 10교(15.2%), 중 3교(8.3%), 고 2교(7.4%)에 그친 반면, 서울지역은 초 11교(1.9%), 중 147교(37.9%), 고 74교(23.1%)로 지난해 1∼2교에 불과하던 것과 비해 최소 수십 배 이상 증가한 결과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 대부분 학교에서 올 들어 비슷한 추세로 나타나고 있어 수십 년 동안 우리 학교 사회에 자리 잡아온 전통적인 ‘2월 졸업식’관행이 빠르게 깨지고 있는 셈이다.

3월에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이 12월이나 1월에 졸업하게 되면 최대 두 달여 가량 사실상 무적(無籍)상태가 되어 졸업전 학교와 입학예정 학교 모두 학생관리 책임을 미루면 안전사고와 학생일탈 등에 이들을 무방비로 노출시키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물론 2월의 의미 없는 수업을 없애고, 연속된 장기간의 방학으로 충분한 자기계발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문제는 학교들이 지나치게 편의에만 치우쳐 학사일정을 잡다 보니 학생 안전관리에 허점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수능 후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사고 이후 겨울철 학생안전사고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는 추세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급학교 입학 예정자로서 학적이 상급학교에 이관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입학 전까지는 졸업 전 학교에서 학생관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나, 의견을 달리하는 지역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겨울방학은 학생들이 들떠있는 시기인 만큼 안전관리 공백을 예방하고 책임 소재의 명확을 기하기 위해 이 시기 학생 관리의 주체에 대해서 전국 단위 수준의 일관된 지침을 마련하여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를 미리 예방하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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