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과정에서 그 가족과 주변인에 대한 무차별 인권침해가 있었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과 관련,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인권위에 진정서(공문)를 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는 청원 내용이 인권 침해와 관련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날 해당 청원 답변자로 나서 “청와대는 청원인과 동참하신 국민들의 청원 내용을 담아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국가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말했다.

국민청원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관련 기관 공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청원은 지난해 10월 15일 청원 돼 같은 해 11월 14일 마감됐으며, 22만6,434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이 시작되고 한 달 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청와대 또는 정부 관계자들의 관련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또 이에 대한 답변은 청원이 종료된 지 한 달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해당 청원에 대한 답변은 지난달 있어야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달 13일 공식SNS에 “신중한 검토를 위해 답변을 한 달 간 연기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한편, 인권위는 진정 또는 민원, 직권으로 사건접수가 되면 인권위법 제36조에 따라 사건을 조사하고 조사 결과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할 땐 인권위법 제44조에 따라 해당 기관에 권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진정의 내용이 엄중해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인권위원장은 검찰총장과 군(軍)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그 내용을 고발할 수 있다.

이때 고발을 접수한 검찰총장 등은 90일 이내 수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국가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만약 3개월 이내 수사를 마치지 못할 땐 반드시 사유를 밝혀야 한다.

강 센터장은 이러한 점을 언급하면서 “2014년 1월 1일부터 2019년 10월 말까지 국가인권위에는 검찰의 인권침해와 관련한 총 938건의 진정이 접수됐다”며 “국가인권위에서는 이 중 40건에 대해서는 권리구제를 실시했고 그중 31건에 대해서는 소속기관의 장에 주의 등의 인사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검찰이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이 같은 언급은 인권위가 언제든 조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둠으로써 검찰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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