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영화상 수상 유력…감독상·편집상·미술상도 수상 가능성
작품상 받으면 칸 황금종려상과 동시 수상 역대 두 번째 작품

한국 영화 아카데미(오스카) 출품작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5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오른쪽)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 제작진이 로스앤젤레스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한국 매체 간담회에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연합 자료사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마침내 오스카 무대에 오른다.

‘기생충’은 13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발표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외신 등은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점쳤으나, 예상보다 더 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숨 가쁘게 이어온 ‘기생충’ 수상 퍼레이드는 다음 달 9일 미국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처음을 무려 6개 부문에서 한꺼번에 장식한 것이다.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실제 받으면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세계 영화산업 중심인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그만큼 전 세계 영화인이 선망하는 꿈의 무대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그저 지역(로컬)영화제”라고 말했지만, 이런 언급은 그만큼 외국영화가 할리우드 장벽을 넘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는 말이다.

◇ ‘기생충’ 몇 개 오스카 트로피 안을까

이날 후보작 발표에서 ‘조커’는 11개 부문에, ‘아이리시맨’과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는 각각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기생충’은 ‘조조 래빗’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와 함께 6개 부문에 올랐다.

이제 관심은 ‘기생충’이 총 몇 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릴지다.

‘기생충’은 일찌감치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데 이어 제25회 크리틱 초이스 어워즈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1917’의 샘 멘데스 감독과 공동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아카데미에서도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윤성은 평론가는 “국제영화상 수상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기생충’은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 나머지 8편과는 작품상을 놓고 겨룬다.

그동안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울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사례는 1955년 ‘마티’가 유일하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으면 아카데미 새 역사를 쓸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과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모두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이어서 경쟁이 여느 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술상에는 ‘아이리시맨’과 ‘조커’ ‘1917’ ‘원스 어폰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 5편이 포함됐다. 각본상 부문에선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가 ‘기생충’과 겨룬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감독상은 샘 멘데스와 봉준호 간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편집상과 미술상도 ‘기생충’이 받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생충’ 관계자들은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 지명에 대해 벅찬 소감을 전했다.

미국 배급사 네온은 트위터에 “굉장히 상징적이네요.”(It‘s so metaphorical)라고 올렸다. 이는 영화 속 기우(최우식)가 한 대사이다. 그러면서 아카데미 공식 계정을 태그한 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기생충‘ 영어 자막을 번역한 달시 파켓은 자신의 SNS에 “나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훌륭한 영화를 더 잘 알아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기생충‘의 후보 지명은) 축하할 가치가 있다”며 “기생충 화이팅!(Go PARASITE)”이라고 썼다.

물론 후보가 곧 수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멕시코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 ’로마‘는 10개 후보에 올랐으나, 외국어영화상·촬영상·감독상 3관왕에 그쳤다.

아카데미상은 제작자, 배우, 감독 등 영화인 8천여명으로 구성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이 뽑는다.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문에 표를 던져 부문별 최종 후보작을 선정한다. 감독상 후보는 감독들이, 배우상 후보는 배우들이 정하는 식이다.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은 부문과 관계없이 전체 회원 투표로 후보작을 선정한다. 이날 발표된 후보 가운데 수상작은 최종 투표를 거쳐 가려진다. 최종 투표는 전 회원이 참여하는 게 아니라 400여명 회원만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미국 4대 조합상 후보에도 올랐다. 오는 19일 열리는 미국배우조합(SAG) 앙상블상을 비롯해 미국작가조합(WAG) 각본상, 미국감독조합(DGA) 감독상,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 작품상 등에 후보로 선정됐다. 아카데미 회원을 많이 거느린 이들 조합의 시상 결과가 나오면 아카데미상 수상 향배도 더 정확히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다양성 고려한 듯…여성 감독은 없어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은 어느 정도 다양성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의 ’2020 영국 아카데미상‘ 후보작 발표에선 연기상 부문에 유색인 연기자가 배제돼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지는 ’기생충‘이 6개 후보에 오르고, 여우주연상 후보에 흑인 배우 신시아 에리보(’해리엇‘)가 포함된 점, 여성 감독 그레타 거위그의 ’작은 아씨들‘이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점 등을 들어 아카데미가 영국 BAFTA보다 다양성을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국계 배우 겸 래퍼 아콰피나는 아카데미상 후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감독상 후보에도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역대 아카데미상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은 총 5명이며, 실제 감독상을 받은 여성은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 한명 뿐이다.

아카데미 역시 2016년 주요 상 후보 20명을 모두 백인들로 선정하면서 ’백인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에는 다양성과 인종 간 화합에 무게를 뒀고 남우주연상(라미 말렉), 남우조연상(마허셜라 알리), 여우주연상(레지나 킹) 등 연기상 4개 부문 가운데 3개 부문을 비백인 배우들이 가져갔다.

이날 아카데미상 후보작을 한국계 미국 배우인 존 조와 흑인 여배우 잇사 레이가 발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존조는 서울에서 태어나 6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영화 ’서치‘(2017)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 얼굴을 알렸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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