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아카데미상)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이니까.(The Oscars are not 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They’re very local.)”

지난해 봉준호 감독(51)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국 영화산업의 꽃 오스카를 ‘로컬’이라고 표현한 것은 ‘전통적으로 보수적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과 함께 ‘미국 영화인들만의 잔치’라는 평을 들어 온 아카데미의 편협성에 대한 지적인 동시에 한국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잘 드러난다.

대구가 고향인 봉 감독은 벌써 아카데미 시상식 92년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한국어와 한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 ‘기생충’을 오스카 작품·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101년 사상 첫 오스카 후보가 된 ‘기생충’이 작품상을 탄다면 아카데미 역사상 첫 비영어권 수상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아카데미상은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의 영화업자와 미국 내 영화단체인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협회(AMPAS)가 심사해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오스카(Oscar)’상 이라고도 하는데 총 25개 부문에 대한 시상이 이뤄진다. 상금은 따로 없지만 ‘오스카’라는 애칭의 황금빛 인간입상(人間立像)이 수여된다. 금으로 도금된 이 오스카상은 높이 34.5cm, 무게 3.4kg으로 5개의 필름 릴 위에 검을 짚고 선 기사 모습을 하고 있다.

오스카 트로피는 1928년에 처음으로 고안됐다. 디자인은 당시 MGM사의 미술 감독인 세드릭 기본즈가 했다. 아카데미상을 오스카상으로도 부르게 된 데는 여러 설이 있다. 가장 신빙성 있는 설은 아카데미협회 도서관 직원 마거리트 헤릭이 트로피를 보고 무심코 외친 “오스카 삼촌과 어쩜 이렇게 닮았을까!”라고 한 것을 기자가 칼럼에 인용해 쓰면서부터라고 한다.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 달 9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봉 감독의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은 물론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받을 수 있을 지 기대가 크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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