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구미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장
이은형 구미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장

연예인들이 해외에 방문하여 활동하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 이들이 횡단보도를 지나갈 때 해외 현지 운전자들이 멈추었다가 지나가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는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현지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듯했다. 교통부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으로서, TV 프로그램 속에서도 이런 장면은 유독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차를 피해서 다니고, 특히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들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행자들 사이로 쌩 지나가 버린다. 이는 아직도 차량이 우선되는 인식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실제로 이러한 인식의 문제는 교통사고로도 직결되었다.

최근 5년간 차대 보행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평균 1,665명이며, 그 중 횡단보도 위에서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가 무려 373명으로 22.4%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로교통법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교차로 우회전 차량 포함)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일시 정지하도록 보행자 보호 의무(제27조 제1항)를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승용차 기준으로 범칙금 6만 원,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행자 보호 의무위반행위로 인한 차 대 보행자 사고로 인적 피해가 발생하였을 때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보험 가입 여부나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처분 대상이 된다.

이에 경찰에서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운전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과 각종 캠페인 등 홍보하고 보행자 보호 의무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을 해나가고 있다.

영원한 운전자는 없다.

나 또한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이며, 교통사고 피해자가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횡단보도 위 보행자가 있을 때 일시 정지하는 운전 습관으로 보행자를 배려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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