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이 모자라…가축 전염병으로부터 청정 경주 사수하라

제9회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허성욱 경주시 가축방역팀장.
“경주시 가축방역팀원들의 피땀 나는 노고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난 연말 대한민국 최고 행정전문가를 선발하는 ‘제9회 지방행정의 달인’에서 지역경제 분야 달인으로 선정된 경주시청 허성욱 가축방역팀장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어었다”면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2005년 경주시청에 수의사 공무원으로 임용된 허성욱 팀장은 2000년대 중후반 전국에서 소 브루셀라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주에서 청정화 사업을 통해 지금은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또한 2010년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질병전파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한 살처분과 백신접종으로 경주시가 약 2000억 원 정도의 살처분 보상금과 행정경비를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경주시 안강읍 돼지농장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자체차단방역을 철저히 해 농장 전체 살처분이 아닌 부분적 살처분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중앙정부의 백신정책에 대한 신념을 확고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제9회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경주시 허성욱 가축방역팀장이 살처분 매몰탱크 저비용 처리방법으로 출원한 특허증
그에 그치지 않고 2018~19년에는 살처분된 사체를 저비용으로 처리하는 공법을 개발해 특허(제10-1055519호)를 획득한 후 현장에 접목시킴으로써 살처분 처리 예산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탁월한 아이디어와 끈질긴 업무추진으로 지역 축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허성욱 팀장을 만나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된 과정을 들어봤다.

한 때 전국 최고 브루셀라 발생 지자체인 경주시가 2017년 이후 2년간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청정한 지자체가 됐다.
△소 브루셀라병 청정화 추진.

허성욱 팀장은 군 복무를 마친 후 국제수의사 면허를 따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계획을 변경해 귀국한 후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

다행히 고향 경주시 축수산과 수의 주사보로 임용됐지만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출근 첫날부터 브루셀라 방역을 위해 살처분 작업에 참여했다.

당시 경주시에서는 매년 2000마리 이상 브루셀라가 발생해 전국 발생률 1위를 놓쳐본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매주 4~5농가에 살처분을 해야 했고 출근하면 우선 농가와 통화해 매몰할 수 있는 매몰지를 선정해야 했다.

살처분이 끝나면 보상금 지급업무도 해야 한다.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날이 허다할 정도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무척 힘든 업무였다.

허 팀장은 지난 2015년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가축방역팀장에 임용되자 가장 먼저 브루셀라 청정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지역 축산농가에서는 질병전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태였다.

하지만 브루셀라 질병을 10년 동안 관리해온 허 팀장으로서는 관련 질병관리의 팀장이 되고보니 이제는 꼭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농가 단체 교육과 함께 수의사에 대한 확실한 채혈시스템 구축 및 의식체계 교육을 실시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국 최고 브루셀라 발생 지자체에서 2017년 이후 2년간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청정한 경주시를 만들었다.

구제역 증상을 보이고 있는 돼지 모습.
△전국적으로 발생한 구제역 전파요인 제거.

2010년 11월 경북 북부 안동을 중심으로 구제역이 발생했다.

당시 중앙정부와 거의 모든 방역전문가들이 구제역 전파경로에 대해 생축 및 사료 차량에 중점을 두고 방역을 실시했다.

하지만 허 팀장은 마을마다 소독시설이 들어서고, 전국 지자체의 경계지역에는 엄청난 양의 소독약이 분무되고 있는데 어떻게 이리도 쉽게 전파될 수 있을까 하는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10년 12월 31일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한우 농가에서 첫 번째 구제역 의심신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방문해 진단한 결과 책에서 보아왔던 증상과 일치했고 그동안 의심해오던 사료를 확인했다.

그리고 당일 포항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사용 사료를 확인한 결과 같은 사료였다.

그때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도로와 농장에 뿌려대던 약품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안동농협 사료 공장의 원료가 오염돼 경북 북부지역을 오염시켰을 것이라는 추론에 대한 합리적인 정당성이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즉 전국적으로 순식간에 구제역이 번진 이유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사료 포대기로 안전하게 포장해 농장까지 직송했기 때문이라 추측됐다.

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구제역 백신접종이 필수적이라고 축산단체장과 정부측에 전달했다.

첫 번째 발생 농장의 소를 모두 살처분한 후 인근 지역 한우에 대한 살처분을 마무리할 무렵 또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이번에도 1차 발생농장, 포항 발생농장과 같은 사료였다.

백신접종을 하지 않으면 경주시 안강, 강동 지역의 소를 모두 매몰해야 했다.

소 2만3000마리, 돼지 4만5000마리 정도를 살처분 해야 한다면 국가와 경주시의 막대한 자산을 잃어버리는 일이 되는 것이다.
가축 살처분 매몰지 모습.
살처분 보상금과 처리비가 약 2000억 원 정도 소요되며, 2차적인 피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발생농장 500m 이내 우제류에 대해서 모두 살처분을 해야 했다.

하지만 백신접종 후에는 구제역 증상 발생 양성축에 대해서만 살처분을 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주시의 2차 의심축 발생 시 확진에 소요되는 24시간 동안 밤샘 특수 작전을 펼쳤다.

이로 인해 백신 완료한 개체는 모두 살릴 수 있었다.

△AI와 구제역 차단방역 쾌거.

2014년 3월 경주시 양계 집단사육단지인 희망농원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30농가 53만3000마리에 대해 공무원 1300명, 경찰·군인 1200명 등 총 3000여명을 투입해 7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조치사항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살처분 이후의 보상금 평가 및 집행에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현장방역과 보상업무 사후처리에 있어 끊임없는 민원인과의 소통은 늘 어려운 일이다.

2015년엔 지역 최대 양돈농장인 안강읍 산수골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산수골 구제역 발생에 따른 경주시의 차단방역 처리는 ‘종합행정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산수골은 2만 마리 이상의 양돈농장으로 3개의 구획으로 나눠져 있는 대규모 농장이다.

하지만 당시 농장주는 백신에 대한 믿음이 낮았고 타농가로의 전염확산을 우려해 농장전체를 살처분하기를 원했다.

이에 따라 농장주에게 모든 개체를 살처분하면 농장을 재건할 시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손실도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시켰다.

결국 농장주와 시 관계자들과의 소통이 이뤄져 차단방역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확보에 성공했다.

그결과 2, 3 농장의 돼지 1만6749 마리가 모두 살처분 되는 동안에 1농장의 8000여 마리의 돼지는 모두 살리는 쾌거를 거뒀다.

경주시 허성욱 가축방역팀방은 살처분 매몰탱크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특수 포크레인 장비를 제작하는 등 저비용 사체처리법을 개발했다.
△살처분 매몰탱크 저비용 사체처리법 개발.

살처분된 매몰지는 3년 동안 보존관리 하도록 돼 있고 그 이후에는 바이러스 검사를 한 후 이상이 없으면 매몰지를 발굴하도록 돼있다.

산수골 매몰지는 2015년도에 조성돼 3년이 지나 매몰지 탱크(50t×30통)에 대한 소멸 예산이 내려왔다.

당시에는 매몰처리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2018년 말부터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매몰된 사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매몰탱크를 개봉했을 당시 분해가 전혀 되지 않았으며 미라화 됐거나, 덜 건조된 과메기 같은 상태였다.

이때부터 사체 분해를 촉진시키기 위해 공기와 물, 그리고 소포제를 투입하고 주기적으로 미생물과 효소도 공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사체 분해는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탱크 바닥의 사체는 분해되지 않은 채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서 탱크 바닥까지 저을 수 있는 포크레인 바가지를 제작해 1주일에 2회 정도 저어준 결고 문제가 해결됐다.

이 처리 기술의 핵심은 적당한 온도, 산소, 수분을 충족시켰을 때 미생물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허 팀장은 단순한 발견으로 그치지 않고 특허를 출원해 이 기술이 국가 행정 전반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했다.

이 기술은 기타 용역회사의 처리법과 비교 시 처리비용이 20~30%정도 밖에 되지 않아 많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이로써 모든 공정이 끝날 것 같았지만 액화된 사체의 돼지털과 유분이 처리가 또 문제였다.

허 팀장은 돼지털과 유분을 제거하는 스크린 벨트 여과장치와 고액분리 전처리 장치를 결합 설치해 드디어 문제를 해결했고 최종적으로 모든 공정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누구도 하려 하지 않는 일들을 전문 연구직이 아닌 수의직이 각종 행정업무와 병행하면서 추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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