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武漢)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도 27일 네번 째 확진 환자가 나왔다. 중국에서는 26일 하루에만 796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고,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27일 0시 현재 중국 30개 성과 홍콩·마카오·대만 등 중화권에서 2744명이 확진 판단을 받았다. 이 중 80명이 목숨을 잃었고, 하루 이틀 사이에 환자가 배로 늘어날 정도로 전파 속도가 빠르다.

우한 폐렴은 중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퍼져 대유행 단계인 판데믹(pandemic) 전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2일과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우한 폐렴이 아직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가 아니라고 했지만 양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우한 폐렴 감염자가 전 세계적으로 이미 10만 명 이상이라고도 한다. 이는 영국 공중보건 전문가인 닐 퍼거슨 임페리얼칼리지 교수의 주장으로 그는 중국 보건당국 등을 통해 알려진 2000여 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WHO의 회의 이후 감염자수가 급증하고 있어서 ‘판데믹’ 선언을 해야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2003년 8096명이 감염돼 774명이 사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의 피해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4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앞서 3번째 환자의 경우에는 입국 당시 증상이 없어 공항 검역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격리 전까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며 여러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우한 폐렴 환자가 급증하자 역사상 처음으로 춘제 연휴 연장과 각급 학교의 개학을 연기하는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한 지역에는 도시 봉쇄령이 내려졌지만 중국 당국의 늑장·부실 대응으로 전파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봉쇄령이 내려진 우한에서 조차 주민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약 500만 명이 이미 도시를 빠져나갔다고 한다.

중국의 춘절 기간 동안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상한 관광객 수를 13만 명으로 추산했는데 이들 가운데 우한과 관련한 입국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공항과 항만 등 출입국 과정의 방역 시스템을 아무리 완벽하게 구축해도 잠복기의 환자까지 완벽하게 찾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 국내 세 번째 확진자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확진자는 입국 후 이틀이 지나서야 열과 오한, 몸살이 시작됐고, 5일 후에 기침과 가래 증상이 나타나 지역사회 노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등 위험지역을 다녀 온 입국자는 1~2주일간 다중이용시설에 되도록 가지 말고 경미한 증상이라도 즉각 의료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일반 국민은 외출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 등 감염병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 경북도와 대구시, 지역 보건의료 당국도 경각심을 늦춰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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