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부화된 새는 부리가 아닌 발부터 자란다지
부리가 돋기 전부터 발은 하늘을 움켜쥐기 위해
글썽거리는 갈고리 발톱을 척, 하니 꺼내놓는다
저 발과 톱 사이엔 울음이란 처소가 있다고 했다
알이 그린 하늘에서 음(音)이 먼저 날개가 되었다지
들숨으로 심장이 뛰고 날숨으로 털이 돋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릴 때까지
새는 발끝까지 바람무늬 음계를 새겨 넣는다지

오늘도 닿을 수 있는 곳이 있어 발이 있고
수백 년을 오가면서 발가진 것들을 남몰래 흐느꼈다지
사막은 모래알이 휘발되도록 빛을 숨겨두었고
강은 소리를 죽이라고 물비늘을 숨겨두었고
나무는 조용히 일어서서 걸어가라고 그늘을 켜두었지만
아무도 그것이 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곳이 많은 새발은
죽은 자와 산 자를 잇는 거문고의 성문(聲紋)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해질녘 이내와 함께 방황하고 싶은데
다른 세계를 보는 눈(目)이 발이라는 걸 언제쯤 알게 될까?



<감상> 다른 세계, 곧 하늘을 보는 눈이 있었으므로 새는 날개를 가질 수 있었다. 날개는 발에서 비롯된 것이고, 발은 음(音)에서 시작되었기에 태초에 음(音)이 먼저 날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만물은 발과 발등을 지니고 있지만, 리듬이 없으면 그걸 볼 수가 없다. 사막은 빛, 강은 물비늘, 나무는 그늘이라는 발을 지니고 있다. 사람 사이에는 간절하게 바라보는 눈동자가 바로 발이라 말할 수 있다. 사람과 새 사이에도 목소리의 무늬가 있으려면 리듬을 타야 한다. 그뿐인가 나무와 새, 구름과 강 사이에도 리듬이 있으면 신명나게 발을 구를 수 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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