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미라 동굴 벽화·칠포리 암각화
상상 그 이상의 예술작품…관광자원화 위한 작은 박물관 필요

글 싣는 순서

1.고대문화와 도시 정체성-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칠포리 암각화

2.빌바오. 철강 침체 쇠락 도시에서 세계적 문화도시 도약

3.천재 예술가 상싱력의 문화 경제-피카소와 가우디

4.옛 고도의 문화 경쟁력-톨레도와 코르도바, 그라나다

5.해양 도시의 무한한 가능성-세비야와 발렌시아-콜럼버스와 연오랑 세오녀



①고대문화와 도시 정체성-알타미라 동굴벽화와 칠포리 암각화



인간의 문명은 문화와 함께 시작됐다. 그래서 문화는 삶의 척도이다.

현대는 문화적 자산이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문화적 가치가 정체성을 확보하고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문화 경제시대이다.

대항해시대에 세계사를 주도했던 이베리아반도 스페인은 한 사람의 걸출한 인물이 도시와 국가를 먹여 살린다.

빌바오는 구겐하임미술관을 설계한 프랑크 게리, 세비야는 신대륙 항로를 개척한 콜럼버스, 발렌시아는 에스파냐의 국민적 영웅 엘시드, 바르셀로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다 성당 등을 건축한 가우디이다.

이처럼 문화 걸작과 인물이 존재하는 도시는 전 세계인들의 발길을 불러들이며 도시의 품격을 높임과 동시에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

특히 문명이 시작된 고대인들의 예술과 삶을 추측해 볼 수 있는 구석기 동굴벽화와 암각화는 도시의 역사를 증명해주고 있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스페인의 구석기 시대 알타미라동굴벽화가 주목을 받고 관광자원이 된 것과 같이 포항 칠포리 암각화도 문화 자원으로 활성화 시킬 필요성이 있다.
 

알타미라 박물관 전경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

인류 최초 동굴벽화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찾아가는 길은 내내 흥분에 휩싸이게 했다.

넓은 초원과 구릉에 소들이 겨울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세계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사랑한 영국 코츠월드를 연상케 했다.

문명이 시작된 곳을 찾아간다는 것은 설렘과 가슴 떨리게 한다.

동굴은 관광객 급증으로 훼손돼 옆에 동굴을 재현한 박물관 관람으로 만족해야 했다.

알타미라벽화.

이 동굴 재현이 대한민국 기술로 이뤄졌다는 얘기가 있어 더욱 새롭다.

아득한 과거, 2만여 년 전 구석기인들이 이베리아반도 에스파냐 북부 피레네 산맥 밑에 모여 살았다

험준한 피레네 산맥에 둘러싸인 칸타브리아 지방에서 수렵생활을 했다

농경 이전 시대여서 수렵만으로 생을 유지했다

동굴 천정은 들소를 비롯한 각종 동물의 사실적인 그림들로 가득 차 놀라게 했다

화려한 색채와 입체감이 현대미술을 능가할 정도여서

예술이 과연 진보한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 감이 들었다.

오래된 과거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곳이다

그 시원을 찾은 것이다. 어찌 감동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알타미라 동굴입구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상상하기도 힘든 아득한 2만 여년 전 구석기인이 이뤄놓은 걸작이다

과연 그 오래전에 인간이 살고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그 시대에 인류의 조상들은 그 어떤 영장류들도 흉내 낼 수 없는 예술세계를 동굴에 남겼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았고 수준이 그 시대 작품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세계가 동굴에 펼쳐져 있다

알타미라

상처 입은 들소를 비롯한 동물들의 형상이 살아있는 듯한 입체감으로 표현돼 있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동굴을 발견한 아마추어 고고학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벽화가 현대인을 능가할 정도였으니까

현대인들은 구석기인들이 그저 수렵이나 하는 기초적 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알타미라 천정 벽화

벽화는 동물들의 형상을 동굴 표면의 울퉁불퉁한 면을 절묘하게 활용해 완벽한 입체감을 표현했다

특히 인류 최초로 색을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광물, 식물 색소, 숯 등 천연안료를 이용해 아름다운 벽화를 조성했다

그 색감이 수만 년 흐른 지금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가늠되지 않는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

그들은 왜 깊숙한 동굴에 들소와 같은 큰 동물을 그렸을까

원시수렵을 하던 구석기인들은 점차 인구가 늘면서 큰 동물을 사냥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 부닥쳤던 것이다.

작은 것과 달리 큰 동물 사냥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다

원시적인 무기로 그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무모한 도전이었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

보이는 대로 그린 구석기인들은 상처 입은 들소 그림 한쪽에 사냥하는 왜소한 인간을 표현한 데서 그 시대 상황을 읽어낼 수 있다.

그들은 누구도 찾지 않는 오지 동굴에 그 동물들을 그려 놓으면 동물을 사냥할 수 있고 인간을 위해 희생한 동물의 영혼을 위로한다는 주술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이곳은 전문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 관광객들의 발길이 분주해 세계적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포항 칠포리 암각화.

△포항 칠포리 암각화

경북 포항 칠포리 암각화 정겨운 바위 그림이 나에게 숱한 언어들을 쏟아낸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하지 못했던 사연들이 폭포수처럼 다가왔다

바다를 등진 산자락에 바위 그림은 수천 년 동안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겨울이 시작되는 어느 날 바위 그림은 혼자 찾아온 나를 반기기라도 하듯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한 모습을 보여줬다

포항 칠포리 암각화 이정표.

겨울비가 내린 후 흐린 날씨는 적당한 채광으로 바위 문양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평상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마치 나를 반기는 듯 했다

말 없는 바위 그림이지만 속삭이는 듯 내게 다가왔다

자신의 문양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면서.

아무런 치장도 채색도 없는 단순한 바위 그림은 빛과 만나면서 많은 메시지를 던져 주는 듯했다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바위 그림의 특이한 문양은 학자들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수천 년을 거슬러 바위에 새긴 조상들의 메시지는 확인할 길 없지만 숱한 세월을 견디며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칠포리 암각화도 작은 박물관을 건축해 해설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관광객들에게 그리기 체험과 문양을 이용한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등 관광 자원화 노력이 절실하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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