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0년 미래30년 기획 [프롤로그]
하늘과 맞닿은 능선…구름 위 거닐며 대자연 품에 안기다

팔공산은 대구시 동구와 북구, 경상북도 경산시, 영천시, 칠곡군, 군위군의 2개 광역자치단체와 6개의 시·군·구에 걸쳐있다. 총연장 길이 108㎞에 16개 구간이다. 반지 모양으로 둥글게 팔공산 공원구역 외곽을 감싼 형태이다. 둘레길은 팔공산 허리를 도는 거라 높은 능선에서 실타래처럼 흘러내린 계곡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다. 임수진 수필가
팔공산은 대구시 동구와 북구, 경상북도 경산시, 영천시, 칠곡군, 군위군의 2개 광역자치단체와 6개의 시·군·구에 걸쳐있다. 총연장 길이 108㎞에 16개 구간이다. 반지 모양으로 둥글게 팔공산 공원구역 외곽을 감싼 형태이다. 둘레길은 팔공산 허리를 도는 거라 높은 능선에서 실타래처럼 흘러내린 계곡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다. 임수진 소설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때로는 진리처럼 들린다. 시작했다는 건 마음을 정했다는 뜻이라 성공 확률이 그만큼 높다. 새해엔 대부분 사람이 1년의 계획을 세우거나 다짐한다. 같은 찬바람이라도 1월의 바람이 12월과 다른 이유다. 살을 에는 매서운 바람도 새해에는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시작’의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은 원래 뭔가를 시도해 보려는 의지가 강하다. 어제의 미진함이나 부족함을 변명과 위안으로 삼기보다는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더 나은 내일을 설계하고 싶어 한다. 향상된 내일을 꿈꾸려면 왕성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새로운 기를 받기엔 여행이 최고다. 지금부터 그곳을 소개하려는데 부연 설명이 좀 길었다.

팔공산 등산로 입구. 임수진 수필가
팔공산 등산로 입구. 임수진 소설가

팔공산관리사무소 입구에 섰다. 오늘부터 격주로 팔공산 둘레길을 중심으로 그 속에 깃들어 살아가거나 오래전에 생성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보고 들은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일 수 있고 진실에 입각해서 쓰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건 팔공산이 거기 있다는 것이고 때로는 신기루 같고 다시 보면 희망인 저곳을 묵언하며 오를 수 있음이다.

이곳에 둘레길이 조성된 지 몇 년이 지났다. 총연장 길이 108㎞에 16개 구간이다. 대구시 동구와 북구, 경상북도 경산시, 영천시, 칠곡군, 군위군의 2개 광역자치단체와 6개의 시·군·구에 걸쳐있다. 반지 모양으로 둥글게 팔공산 공원구역 외곽을 감싼 형태이다. 둘레길은 팔공산 허리를 도는 거라 높은 능선에서 실타래처럼 흘러내린 계곡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다.

길이 품을 열어주면 감사하고 까다롭게 굴어도 감지덕지다. 평지도 있고 가파르고 아찔한 능선도 지날 수 있다. 그 길 위에서 팔공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자연과 사람, 역사와 문화를 만난다,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곳도 있을 테고 한참 동안 머무는 곳도 있을 것이다.

관봉으로 오르는 길 입구에 붉은색 단풍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임수진 수필가
관봉으로 오르는 길 입구에 붉은색 단풍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임수진 소설가

관봉으로 오르는 길 입구에서 가을 같은 겨울을 만났다. 겨울과 가을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게 신비했다. 아직 붉은 단풍은 예뻐서 빈 몸으로 선 나무는 가벼워서 그 느낌이 다르다. 무엇보다 자연이 자연 그대로 숨 쉬고 있어 기쁘다. 호젓하게 끝없이 이어진 길.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채워진 길은 저마다의 무늬를 기억하고 있을까.

위로 오를수록 ‘비움’의 색채가 선명해진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도는데 나뭇가지 사이에 잠시 걸렸던 햇살이 다람쥐처럼 꼬리를 감춘다. 숨이 탁탁 내뱉어질 쯤 관봉에 도착했다. 가쁜 숨을 고른 뒤 아래를 보니 구름층이 두터워 어느 것이 하늘이고 어느 게 지상인지 구분이 안 된다. 겨울과 가을처럼 하늘과 지상의 경계가 모호하다. 모호함이 주는 신비는 대비(對比)가 지나치게 명료할 때는 볼 수 없다는 거다.

이제 팔공산 이야기를 잠깐 하자. 1980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대구 북쪽 끝에 위치하여 군위군 부계면과 영천시 신녕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그 장대함에 숙연해진다. 최고봉인 비로봉(毘盧峰 1192m)이 중심에 있고 양옆으로 미타봉(동봉東峰)과 삼성봉(서봉西峰)이 좌우로 뻗어 있다. 그 모습이 봉황이 날개를 펼친 형국이라 한다. 사람이 결코 만들 수 없는 것. 압도당할 것 같은 자연의 신묘(神妙)함에 저절로 허리를 접게 된다.

대구시 중심에서 북동 방향으로 약 20㎞ 지점에서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난다.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 화강암으로 웅장하게 솟은 팔공산이다. 알려졌다시피 성지(聖地)로도 유명하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9교구 본산(本山)인 동화사(桐華寺)가 있고 주변에 부인사(符仁寺)와 관암사(冠岩寺) 북지장사(北地藏寺), 파계사(把溪寺), 삼존석굴(三尊石窟·국보 109호)뿐 아니라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인 갓바위도 있다.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재적 가치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기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신라시대에는 오악(五岳)을 두었는데 동악은 토함산, 남악은 지리산, 서악은 계룡산, 북악은 태백산, 중악은 팔공산을 일컫는 부악(父岳) 또는 공산(公山)이라 해서 우리나라 제일의 신산 영악(神山靈岳)으로 꼽았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것은 1431~1492년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팔공산하불의추(八公山下不宜秋)/팔공산 자락에는 아직 가을이 아니다’ 란 시구로 전해진다.

팔공산 자락을 따라 등산객들이 산행을 즐기고 있다. 임수진 수필가
팔공산 자락을 따라 등산객들이 산행을 즐기고 있다. 임수진 소설가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팔공산 인봉 커다란 바위틈에는 오래전 신선이 심었다는 노송이 자라고 있다. 소년대로 불리기도 한 이곳에 서면 비로봉과 동봉, 서봉과 동화사를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다. 또한 493년에 창건된 동화사는 통일신라시대 이후 우리나라 약사신앙의 중심지역할을 해오고 있다. 옛 선인들은 그 자리를 봉황이 알을 품을 명당이라 했다.

구름 걸린 깊은 산속에 돌다리가 있으니
이곳에 이르면 세속 근심이 사라지네
맑은 시냇물 다 지나면 사람 보이지 않으니
어느 곳에서 신선이 퉁소를 불고 노닐까


『방은교』라는 제목으로 쓰인 이 시는 조선 후기 성리학자이자 대구출신인 열암(悅庵) 하시찬(夏時贊 1750~1828)선생이 경관이 특히 빼어난 팔공산의 여덟 곳을 읊은 『공산팔영』 중 하나로, 『열암문집』에 수록되어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공기 입자가 바람을 밀치듯 나무 사이를 헤엄치는 햇볕처럼 사람의 마을을 움직이고 변화시켜 부드럽게 정화시키는 건 자연이 으뜸인 것 같다.

차츰 구름이 물러나고 능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 정성들여 트레이닝 받은 근육 같다. 마음에 여백이 생기면서 머리가 맑아진다. 여행은 일상을 비워내기 위함이다. 비(非)일상의 궁극적 목적은 익숙한 공간으로부터 탈출이다. 팔공산이 어떤 말을 건넬지 기대된다.
 

임수진 소설가
임수진 소설가

◇ 교통정보 / 동화지구 노선 / 갓바위 지구
△팔공1번 : 칠성시장-파티마병원-동구청-아양교역-대구공항-동화지구
△401번 : 범물동-수성못-봉덕시장-약령시-대구역-칠성시장-동대구역-대구공항-갓바위지구(종점)
△대구시티투어버스운행(화요일~일요일) (동대구역→팔공산방향) 팔공산코스 : 신남역-동대구역-불로동고분군/섬유박물관-방짜유기박물관-동화사-시민안전테크파크)
◇ 자가용 이용 시: 내비게이션이나 휴대폰 티맵 또는 카카오맵으로 목적지 입력
◇ 숙박업소, 카페, 음식점 : 동화지구, 파계지구, 갓바위 지구에 아주 많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