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철강의 도시, 예술의 옷을 입다

스페인 빌바오 시내를 흐르는 네르비욘 강물이 아침 햇살에 밝아오며 구겐하임미술관과 강 건너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의 아름다움을 비추고 있다. 곽성일 기자
스페인 빌바오 시내를 흐르는 네르비욘 강물이 아침 햇살에 밝아오며 구겐하임미술관과 강 건너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의 아름다움을 비추고 있다. 곽성일 기자

스페인 빌바오 시내를 흐르는 네르비욘 강이 서서히 밝아온다.
이윽고 아침 햇살이 강물을 비추며 반짝인다.
강물을 투과한 아침 햇빛은 구겐하임미술관의 위용을 드러낸다.
겨울밤, 강물과 함께 어둠을 지나온 미술관은 햇빛에 물들며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에스파냐 북부 바스크 지방 빌바오의 상징이 된 구겐하임미술관은 햇살의 축복을 받으며 특별한 겨울 아침을 맞는다.
아침이 밝아 오면서 미술관은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햇살이 점점 쏟아지면서 티타늄으로 장식된 미술관 외관은 탄성을 지를 정도로 황홀경을 연출한다.
아침의 구겐하임미술관은 어느 때보다도 환상적이다.
겨울 빌바오의 햇살은 어느 계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선물을 관람객들에게 아낌없이 준다.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미술관 외관을 장식한 수만장의 티타늄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온 빌바오의 아침 햇살을 반기며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곽성일 기자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미술관 외관을 장식한 수만장의 티타늄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온 빌바오의 아침 햇살을 반기며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곽성일 기자

철강과 조선업으로 번창했던 빌바오는 철강경기 침체로 쇠락의 길을 걷다가 구겐하임미술관 유치로 일약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빌바오는 포스코의 철강 제품과 경쟁력에 밀려서 침체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됐다고 한다.

빌바오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강·조선 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비스카야 주 빌바오시는 전통적으로 부유한 도시였다. 공업에 기반을 둔 바스크 지방에서도 항만 도시이자 해상 교통 요충지로 무역이 성행했고 광산이 많아 제철과 중공업이 발달했다. 20세기 중반까지 조선·철강·금융 산업으로 명성을 크게 얻었지만 잘나가던 도시도 1980년대 전후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빌바오에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네르비온강이 있다. 과거 산업의 중심지로 조선소와 하역장이 즐비하던 곳이다. 강을 따라 자리한 12개의 조선소는 단 한 개를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경 파괴 문제가 극심했다. 산업폐기물로 수질과 토양이 오염됐고 1983년에는 대홍수로 강물이 범람하면서 도시가 완전히 초토화됐다. 실업률은 35%까지 치솟았고 청년 실업률은 무려 50%에 달했다.

빌바오는 15세기 이래 제철소, 철광석 광산, 조선소 등이 즐비했던 공업도시로, 1980년대 들어 빌바오 철강산업이 쇠퇴하고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잇달면서 도시의 기능이 점차로 침체해 갔다. 1991년 바스크 지방정부는 빌바오가 몰락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화산업이라고 판단하고 1억 달러를 들여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다. 이후 바스크 지방정부는 프로젝트의 재원을 담당하고 프로젝트를 소유하며, 구겐하임 재단은 미술관을 운영하고 주요소장품을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고 프랭크 게리(Frank Geary)의 설계로 7년 만에 건물을 완공했다.

도시의 녹슨 쇳물 걷어낸 자리에 ‘구겐하임 빌바오’ 문화가 흘렀다.

1997년 10월 미국 뉴욕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구겐하임미술관이 네르비온 강변에 완공되자 1000만 명 이상이 찾았다. 구겐하임미술관은 완공 5년 만에 3000억 원의 건축비를 회수했다.
이처럼 해마다 찾는 수천만의 관광객이 빌바오를 문화도시로 성장케 했다.
지구 상 모든 문화도시 성장 모델이 되고 있다. 빌바오 효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유명건축가의 특이한 건축 자체가 예술인 미술관은 외관 못잖게 전시 작품도 특별하다.
티타늄판 구조물이 50m 높이로 치솟은 기묘한 형상의 이 건물은 기둥을 쓰지 않은 철골구조로, 중심축인 아트리움에서 3층의 전시 공간이 동심원 적으로 돌아 올라가면서 다시 여러 방향으로 크고 작은 위성 전시 공간이 뻗어 나가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구조는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드러낸다. 19개의 전시실은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상자 모양의 방 8개를 제외하면 모양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은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건물을 한 바퀴 돌면서 아름다운 미술관 전경을 감상한다.

구겐하임미술관 내 전시 작품들. 곽성일 기자
구겐하임미술관 내 전시 작품들. 곽성일 기자

소장품은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클레이즈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설치 작품을 비롯해 20세기 후반 40여 년에 걸쳐 미국과 서유럽에서 활동한 팝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뛰어난 작가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바스크와 에스파냐의 현대미술을 대표할만한 작가들의 작품도 수집해 현대미술의 최근 경향을 볼 수 있다.

이번 방문에서 대한민국 울산광역시의 시가지 모습 사진 작품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가 되려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문화가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는 게 빌바오가 주는 교훈이다.
세계인들이 빌바오에 열광하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다

빌바오 하면 구겐하임미술관이 떠오르지만, 빌바오가 세계적 문화도시가 된 데에는 네르비욘강을 중심으로 인간 친화적인 도시 재생작업을 완벽하게 이뤄 냈기 때문이다.

퇴색된 강 주변 공공건물을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면서 도시가 활기를 찾았다. 구겐하임미술관 유치도 빌바오 도시 재생 계획의 일부분이다.

포항시는 지진 이후 도시 재생을 서두르고 있다. 도시 재생을 단순히 도시 공학적인 측면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문화가 흐르는 도시로 조성해야 할 필요성을 빌바오에서 배울 수 있다, 포항시 공무원들이 빌바오 효과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현지 방문을 많이 했다. 단순한 배움에 그칠 것이 아니라 포항의 특성을 살리는 문화적인 인프라 구축이라는 실천에 나서야 포항의 미래가 있다.

특히 구겐하임미술관 같은 문화적 상징을 포항에 건설해야 문화 도시로의 성공적 전환을 할 수 있다.
그저 그러한 문화도시가 아닌 세계적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과감한 발상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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